▷앤더슨 같은 미국인 덕에 멕시코가 최근 해외투자자들의 새로운 애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9월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브라질보다 5배나 많다. 작년 성장률은 4%. “믿을 수 없는 성장 스토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현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의 일당독재 기간(1929∼2000년) 중 ‘멕시코 질병’(경제발전 기회를 정쟁과 민중봉기 등 정치 불안으로 놓치는 현상)이라는 용어가 나왔던 멕시코였다. 포퓰리즘 때문에 5차례의 외환위기가 대선 시기와 거의 일치했던 나라, 지난 몇 년간 마약과 폭력으로 ‘실패국가’ 직전까지 갔던 나라로선 엄청난 변화다. 대체 멕시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해답은 작년 12월 1일 취임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말한다. 그는 작년 7월 ‘당선인’ 신분 때부터 변화의 선두에 섰다. “최고의 성장률을 올리는 신흥국가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교육개혁과 경쟁 도입을 해법으로 내놨다. 취임식 당일 재벌이 독점해온 텔레콤과 국영석유기업 페멕스(PEMEX)를 시장에 개방하고, 교육 및 세제를 개혁하는 등 95개의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24시간도 안 돼 주요 정당 대표들을 모아 ‘멕시코를 위한 협약’에 서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과감하게 전임 우파 정부의 재정장관을 외교장관으로, 전 좌파 야당 대표를 사회개발장관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긋지긋한 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한 건 물론이다. 멕시코가 ‘아스텍 타이거’로 거듭나 기지개를 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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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