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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벽면으로 된 한국관 보따리로 싸고, 풀어내겠다

입력 | 2013-01-22 03:00:00

6월 베니스비엔날레 가는 ‘보따리 작가’ 김수자씨




“문제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건물의 비정형적 구조를 어떻게 소화하고 미학적으로 표현할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내가 추구해온 ‘보따리 개념’으로 한국관이란 공간을 싸고 다시 풀어내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6월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단독작가로 선정된 김수자 씨(56·사진)의 구상이다. 유리와 철조 등 다양한 자재와 굴곡진 벽면으로 이뤄진 한국관은 작품 설치가 쉽지 않은 공간으로 지적돼 왔지만 작가는 이런 구조와 장소적 특징을 살려 한국관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그는 김승덕 커미셔너와 참석해 전시계획을 소개했다. 김 씨는 알록달록한 이불보따리를 주렁주렁 실은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도는 퍼포먼스와 설치작품으로 국제무대에서 ‘보따리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국을 떠나 뉴욕과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에게 베니스는 낯익은 도시다. 1999년, 2005년 비엔날레의 본전시에서 보따리 작업과 ‘바늘여인’을 각기 선보였고 다양한 전시에도 참여했다. 그는 “그동안 집적한 보따리의 문맥과 개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란 점에서 이번 전시는 의미가 깊다”며 “소리 빛 색채 등 비물질 요소로 관객이 몸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뉴욕의 ‘블랙아웃’을 경험했다. 전기도 가스도 따듯한 물도 없는 상황을 견디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보따리’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일어난 전 세계적 자연 재앙과 맞물린 신작을 구상하고 있다.”

김 커미셔너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의 정체성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가관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관 작가에겐 국가대표 선수 같은 개념이 있는데 김 씨야말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작가”라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