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맏형 진갑용(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 소식에도 “팀워크와 선수들 마음가짐이 중요할 뿐”이라며 또 한번의 신화를 다짐했다. 사진은 2008베이징올림픽 때의 진갑용. 스포츠동아DB
베이징때도 베스트 평가 못받았지만 금메달
전력보다 중요한 건 팀워크와 선수 정신자세
내년이면 불혹…마지막 각오로 WBC 뛰겠다
“뭐가 큰일입니까? 베이징올림픽 때는 베스트 멤버라고 했습니까?”
진갑용(38·삼성)은 큰소리부터 쳤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전력에 대해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진갑용은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는 우승 제조기로, 국제대회에서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프로에 들어온 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6년 제1회 WBC에서도 4강신화의 주역이 됐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잊을 수 없다. 쿠바와의 결승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그는 3-2로 앞선 9회말 1사만루 위기서 포수 강민호(롯데)의 갑작스러운 퇴장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안방에 앉아 마지막 병살타를 유도해 한국에 감동적인 금메달을 안겼다.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마흔. 어느새 대표팀 맏형이 됐다. 그는 “세월이 정말 빠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내 “그런데 다른 건 다 미국식으로 따지면서 나이는 왜 한국식으로 따지느냐. 이왕이면 내년에 서른아홉 살이라고 해라. 내년에도 나는 30대다”며 웃었다.
최고참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지만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내가 할 게 뭐 있겠나. 걱정은 감독님이 하실 거고…. 내 바로 밑에 야수로는 이승엽(36), 투수로는 서재응(35)이 있다. 둘이 잘 해줄 것”이라며 후배들을 믿었다. 포수 자리 또한 “주전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고, 나는 (강)민호한테 조언도 해주고 뒤에서 뒷받침을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진갑용은 예년보다 일찍 몸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삼성 선수단은 내년 1월 20일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지만, 그는 1월 6일 먼저 괌으로 들어가 자율훈련을 하며 WBC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