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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취업 보약 없나요”

입력 | 2012-12-19 03:00:00

보건소 6급공무원 1명 뽑는데 51명 우르르




51 대 1.

최근 1명을 뽑는 모집공고를 낸 서울 서초구 보건소 한의사 채용시험이 무려 51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화제다. 1년 계약직 나급, 공무원 6급 상당의 이 자리는 급여가 수당을 제외하고 월 330만 원 정도. 하지만 석사학위 소지자 19명, 박사학위 소지자도 5명이나 지원했으며 한의원을 운영했던 개원의도 10명이나 됐다. 한방병원 근무자나 월급 한의사로 일했던 사람도 28명에 달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매년 상당한 인원이 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인원이 지원한 적은 처음”이라며 “한의사 업계의 불황이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소 한의사 모집 경쟁률은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의업계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한의원은 전국 1203곳. 하지만 문을 닫은 한의원도 863곳이나 된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한의원의 진료분야가 일반 병원보다 좁은 데다 과거에는 한의원에서 처방받던 정력제, 홍삼 같은 것이 대중화되면서 점점 환자들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의사는 “한방 처방을 바탕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을 한의사가 아닌 의사가 처방할 수 있게 되는 등 갈수록 한의사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불안심리가 많다”고 했다. 한의원을 찾는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이 젊은 한의사들을 기피하는 경향도 젊은 한의사들이 자리 잡기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한의원 시장이 어렵다보니 다른 길을 찾는 한의사들도 늘고 있다.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타투(문신)’숍을 운영했던 모사언 원장은 “평소 타투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한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뭔가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아이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료법상 한의사가 문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법 해석이 없어 보건소 측의 요청에 따라 잠시 쉬고 있지만 이 문제가 정리되면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2010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한 한의사는 “2010년 의료법 개정으로 복수 면허로 개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양의학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의와 양의 두 가지 면허를 모두 갖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인 복수면허의사협회 나홍균 회장은 “예전에는 한의대 인기가 좋아 의사를 하다가 한의대에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