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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부채폭탄 4년 늦췄지만… ‘분양조건부 전세’로 은평뉴타운 미분양분 절반 해소

입력 | 2012-12-11 03:00:00


“요즘처럼 전세금이 불안할 때에 새집에서 4년 동안 전세로 살아보고 분양받으면 된다니 이만큼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김모 씨(50)는 최근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 전용면적 134m²를 ‘분양 조건부 전세’로 계약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2억5000만 원에 전세로 살다가 최장 4년 후에 분양으로 전환하는 조건이다. 현재 살고 있는 전용 84m² 아파트 전세금이 2억2000만 원인데 3000만 원만 보태 집을 두 배로 넓히는 셈이다.

입주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나도록 600여 채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은평뉴타운이 ‘파격 조건’ 덕분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4년 동안 골치를 썩였던 물량이 불과 3주 만에 절반이 해소된 것. 하지만 대부분이 ‘분양 조건부 전세’여서 ‘발등의 불을 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H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계약조건을 바꿔 선착순 분양접수를 한 결과 7일까지 전용면적 134m²와 167m²의 미분양 615채 가운데 54%인 331채의 계약이 체결됐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초 은평뉴타운 내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고 미분양 대책을 발표한 뒤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공사의 평가다. 서울시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일시납 분양 계약자는 특별 선납 할인을 포함해 최대 2억20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줬다. 할부 분양 계약자에게는 5년간 분양대금의 50% 납부 유예, 10년 무이자 할부 등 혜택을 내걸었다.

은평뉴타운 인근 지역과 강남권, 50·60대 은퇴자를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계약자를 지역별로 분석하면 은평구(117건), 경기 고양시(25건), 마포구(17건) 등 인접 지역이 173건으로 52%를 차지한다. 이어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등 동남권이 31건, 양천구 등 서남권 29건, 성북구 등 동북권 23건 등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136건(41%)으로 40대(112건), 30대(76건)보다 많다.

공사 관계자는 “쾌적한 자연환경, 자녀 직장과 연계될 수 있는 적당한 교통환경, 문화와 의료시설 등이 50, 60대 은퇴자의 관심을 끈 것 같다”며 “처음에는 주변지역 거주자가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남권 거주자의 계약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분양 해소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90% 이상이 ‘분양 조건부 전세’로 팔린 것은 불안요인이다. 공사에 따르면 331건 가운데 304건이 ‘분양조건부 전세’로 나갔고 일시납으로 분양받은 것은 2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첫날에 24채를 판 뒤에는 추가로 3채를 파는 데 그쳤다.

공사는 주변 전세 시세의 80%만 내고 최대 4년까지 전세로 살 수 있으며 나중에 분양 전환하지 않아도 2000만 원이 넘는 위약금을 내지 않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사실상 4년 전세 아파트다. 4년 뒤에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공사는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고 다시 미분양 판촉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고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대책, 주변 상가개발 전망도 불투명해 부채 폭탄을 4년 뒤로 미룬 것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언 SH공사 마케팅실장은 “현재 600여 채의 빈집 관리에만 매달 20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세로라도 빈집을 채우는 것이 낫다”며 “일단 빈집이 차면 단지 내 각종 상업시설 개발이 촉진돼 집값도 오를 것이고, 4년 동안 살다보면 생활패턴이 정착돼 이사하기보다는 분양으로 전환하는 가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용 134m²는 잔여물량이 30채뿐이어서 로열층 등 조건이 좋은 물량이 별로 없지만 166m²는 254채가 남아 로열층 등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만 20세 이상이면 거주지역, 과거 당첨사실, 주택 소유 및 입주자저축(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사이버모델하우스와 지구·단지별 동·호수에 대한 분양가격 및 전세금 등 자세한 내용은 SH공사 홈페이지(www.i-sh.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02-3410-7517, 02-351-3966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