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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늑대소년’ 인기비결이 뭐냐고? 평강공주 콤플렉스 자극했잖아

입력 | 2012-12-04 03:00:00


늑대소년 철수(송중기)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순이(박보영)는 그가 세상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영화사비단길 제공

40, 50대 ‘아저씨’ 선배들은 줄줄이 묻는다. “유치하기 그지없는 ‘늑대소년’이 왜 인기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알려줘.”

선배들은 몸매 관리는 잘해 ‘똥배’는 없지만 세파의 거무튀튀한 더께가 젊은 시절의 뽀얀 감성을 덮고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성적표를 감춰 둔 낡은 장롱 서랍을 연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얼마 전 끝난 방송프로그램 제목처럼 ‘논리로 풀’어 보자.

▽경제학적으로 희소가치의 법칙=영화는 과거 어려웠지만 순수했던 시절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돈이 흔한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다. 선배 형수들의 마음을 몽땅 쓸어간 송중기의 매력이 크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650만 관객이 설명 안 되는 이유다.

▽경영학적으로 완벽한 캐스팅=충무로의 한정된 배우들 속에서 생산성(흥행)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배우를 뽑았다. 소년과 남자의 중간에 있는 송중기, 소녀와 여자의 가운데 있는 박보영. 성적 매력보다는 안아주고 싶은, 보듬고 싶은 매력의 배우들이다. 동화 속 주인공으로 제격이다. 입술 두툼한 이민호나 섹시의 화신 전지현이 나왔다면 확 깼겠지.

▽심리학적으로 여성의 평강공주 콤플렉스 자극=송중기를 “기다려” 한마디로 사람 만들어 보려는 박보영은 평강공주다. 평강공주 콤플렉스는 자신의 남성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구와 연결되는 게 아니다. 남성의 발전을 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화는 여성 관객에게 ‘그래, 나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어’라는 착각의 꽃다발을 안긴다.

▽한학(漢學)으로 마무리=이제 여성의 마음이 좀 보이나? 그 마음 못 읽으면 노년에 고생이다. 인터넷TV(IPTV)나 케이블 방송으로 송중기 나온 드라마를 다시 보는 아내를 위해 싱크대로 달려가 고무장갑을 끼자. 공자의 말씀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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