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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전주곡’ 11월 10년만에 가장 추웠다

입력 | 2012-12-02 07:14:00

'사상 최소 북극해빙에 한기 남하' 시나리오 현실로




올해 11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추웠다.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올겨울 혹한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평균 기온 5.5도로 평년 7.2도에 비해 1.7도 낮았다. 이는 평균 기온 4.0도로 2000년대 들어 가장 추웠던 2002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평균 최저기온은 1.8도로 평년보다 1.4도 낮았고, 2002년(0.3도)에 이어 10년 만에 가장 아침이 추웠던 11월로 기록됐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날이 13일이나 됐다.

이러한 추위는 서울 외에도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지역별 평균기온을 보면 부산 10.1도(평년대비 -1.5도, 이하 괄호 안 평년대비), 대구 8.2도(-0.8도), 광주 8.1도(-1.0도), 대전 6.0도(-1.5도), 인천 6.1도(-1.5도) 등으로 전국 대부분 주요 도시가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역대 기온을 보면 11월이 추웠다고 해서 반드시 한겨울에도 혹한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2002년 서울의 경우 11월에 추위가 일찍 찾아온 뒤 12월은 기온이 평년보다 오히려 1.3도 높았다.

이듬해 1월은 기온이 평년보다 0.1도 낮아 별 차이가 없었고 2월은 평년보다 2.3도나 높아 포근했다. 지난해 11월은 평균 기온 10.7도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따뜻했지만 겨울철에는 석 달 모두 기온이 평년을 밑돌아 추웠다.

하지만 올해 겨울에는 혹한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이 일찌감치 올겨울 강추위를 예상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올해 북극을 비롯한 북반구가 유난히 더웠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N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북반구의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67도 높아 역대 여섯 번째로 더웠다.

북극 해빙이 연중 가장 많이 녹는 때인 9월 북반구는 역대 두 번째로 온도가 높았다. 이때 북극 해빙은 197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소 면적을 기록했다. 이후 북극의 바다는 점차 얼어붙고 있지만 우랄 산맥 위쪽의 카라해와 바렌츠해는 아직도 별로 얼지 않았다.

얼음 대신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로 채워진 카라·바렌츠해에서는 열 에너지가 쏟아져 나와 공기가 수직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 결과 우랄 산맥 근처에 높이가 5¤6㎞나 되는 '키가 큰' 고기압이 형성된다.

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동쪽 시베리아 상층에는 저기압이 만들어진다. 이 저기압이 흡수한 북극의 한기는 하강기류를 타고 하층의 대륙고기압, 흔히 말하는 시베리아 고기압에 전달된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덩어리인 이 고기압은 겨울 동안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한반도에 한기를 공급한다. 북극의 한기가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내려오는 대기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기압배치는 지난달 초 이미 틀을 갖춰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달 때 이른 추위를 한겨울 혹한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키 큰 고기압은 정체하는 성향이 있어 기압 배치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올여름 많이 녹은 북극 해빙의 영향이 우리나라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