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와 FTA발효뒤 12곳 들어와
법률 시장 개방 뒤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외국 로펌들과 자문 계약을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들이 적극적인 영업 전략으로 ‘한국 기업 모시기’에 나서면서 토종 로펌과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7일 현재 법무부가 한국사무소 설립을 인가한 외국 로펌은 모두 12곳. 영국계는 클리퍼드찬스 한 곳뿐이지만 영국 5대 로펌을 뜻하는 ‘매직 서클’ 중 하나로 한 해 매출(2조 원 상당)이 한국 법률 시장 전체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곳이다.
외국 로펌들은 빠른 시간에 매출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클리퍼드찬스는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두 달간 23억5000만 달러(약 2조5400억 원)에 달하는 3건의 글로벌 중기채(mid-term bond) 발행과 4억 달러 규모인 SK텔레콤의 포스코 블록 거래에 대해 조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홍콩사무소 업무를 받아 마무리한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한국 시장에 적극적이라는 지표로 이해됐다.
한국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그동안 협력 관계였던 유수의 외국 로펌들과 정면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면서 국내 변호사들도 꽤 수준이 높아졌지만 아무래도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소 법무법인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협정 발효 2년이 지나면 외국 로펌들은 국내 법무법인들과 사안별로 업무 제휴 및 수익 분배를 할 수 있다. 그러면 규모도 불릴 수 있고 외국 로펌의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다. 특히 한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 로펌의 홍콩사무소에서 업무를 맡을 때는 일이 생길 때마다 변호사들이 홍콩과 서울을 오갔지만 서울사무소가 생기면서 수시로 연락할 수 있게 돼 여건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협정 발효 5년 뒤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도 가능해진다. 한 토종 로펌 관계자는 “한국 변호사 채용이 가능해지면 유능한 변호사 영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