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우스 윙’의 현관에 서서 창문 쪽으로 바라본 실내 풍경. 조명을 설치한 오른쪽 날개가 거실을 따라 뻗어가다 창문 앞에서 아래로 접혀 책상이 됐다. 왼쪽 날개는 거실로 향한다. 천장의 드롭 실링을 뜯어내 콘크리트와 벽돌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구희본 윤성환 씨 제공 [2] ‘하우스 윙’을 설계한 이민수(왼쪽) 안기현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낙원상가라는 랜드마크의 맥락을 살리면서 일과 주거라는 충돌하는 활동 공간을 조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의 관건이었다”고 소개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 ‘하우스 윙’은 실내가 흰색이어서 갤러리 분위기가 난다. 조명으로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 구희본 윤성환 씨 제공 [4] ‘하우스 윙’은 사무실과 주거의 기능을 겸한 공간이다. 설계자들은 비행기 날개가 지나가는 곳은 일하는 공적인 공간으로, 나머지 큰방과 주방, 화장실은 사적인 공간으로 나누었다. AnL스튜디오 제공
민 대표가 유학 시절 만난 ‘아는 동생’ 안기현(36) 이민수(32)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올여름 민 대표로부터 “집 같은데 집이 아닌 공간으로 고쳐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79m²(약 24평) 넓이의 아파트를 오피스텔로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이었다.
“낙원(樂園)이라는 건물 이름과 고객의 낙천적 성격에서 날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집에 날개를 달아주기로 했죠. 비행기 날개가 지나가는 곳은 공적인 공간, 즉 일하는 곳이고 나머지가 사적인 공간이 되는 겁니다.”
안방과 주방, 화장실은 그대로 두고 거실과 왼쪽의 작은 방을 터서 일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천장의 드롭 실링을 뜯어내고 구조를 노출시켰더니 공간감이 확 살아났다. 콘크리트 구조와 가스관, 전기 배선을 그대로 드러낸 천장에 중밀도섬유판(MDF)으로 만든 비행기 날개를 설치했다. 조명 시설이 들어간 이 날개는 현관에서 출발해 왼쪽 날개는 작은방을 터서 만든 서재로 향하고, 오른쪽 날개는 거실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창문 앞에서 벽을 타고 내려가 아래로 접혀진 책상이 된다. 마치 현관 밖에서 누군가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가 창문 앞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낙원상가아파트’라는 맥락은 비당을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196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준공된 이 건물은 개발 만능주의 시대가 낳은 흉물로 손가락질받았다. 도로 위에 빌딩을 짓는다는 황당한 발상은 당시에도 도로법과 건축법상 위법 시비를 낳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의 독특한 도시 풍경을 그려내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근대 시기의 부조리함과 들썩거림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오영욱 오기사 디자인 대표). 잘 지은 건물만 랜드마크가 되는 게 아니다.
하우스 윙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도 도로 위에 세워진 건물만이 누릴 수 있는 전망이다. 창문 밖으로 막아서는 건물 없이 시야가 툭 틔어 있다. 창을 내다보면 정면에 북한산이 보이고 왼쪽에 청와대, 오른쪽에 교동초등학교 교정과 종묘까지 다채로운 서울 풍경이 펼쳐져 ‘반전’ 디자인에 재미를 더해준다.
민 대표는 “집 안 어디에 있든 재미있는 정경이 펼쳐져 일할 맛이 난다”며 “하지만 날개가 실용적 용도 없이 장식물에 그친 점은 아쉽고 날개 위로 먼지가 쌓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