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개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은 사법부가 유신정권에 예속돼 있던 시절 고문을 통한 자백에 근거한 것이었다. 2007년의 재심 판결은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박 후보가 두 판결이 엇갈리는 것처럼 오인했든, 아니면 1차(1964년)와 2차 인혁당 사건을 오해한 것이든 둘 다 잘못이다. 법적 인식의 오류로 인해 박 후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사과하는 대가를 치렀다.
박 후보가 그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법원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법원은 올 2월 김지태 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 증여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김 씨가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라고 보기엔 부족하다”며 헌납의 의사표시가 ‘원천무효’가 아닌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취소권의 민사시효(10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 후보가 “잘못 말한 것 같다”고 발언을 금방 바로잡았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형식적인 법 논리만으로 따질 일은 아니다. 5·16군사정권이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를 사실상 빼앗다시피 해 만든 정수장학회의 탄생 배경이나 측근인 최필립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박 후보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박 후보는 여느 사인(私人)이 아니고 과거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유력한 대선후보다. 박 후보가 기왕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털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정수장학회 문제도 협소한 법적 논리를 넘어서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