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총리 확실… 시험대 올라“공룡 국영기업 수술 등 과감한 개혁 기대 못해” 中 안팎서 우려 목소리
22일 AP통신은 세계은행(IBRD)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 정책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중국 성장률이 2015년에 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3분기(7∼9월) 성장률은 3년 반 만의 최저치인 7.4%였다.
문제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낮은 소비수준,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성장마저 벽에 부닥치면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 중국은 연간 신규 배출 대학생이 600여만 명으로 1000만 개 안팎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런 수요에 맞춰 사회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8%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 부총리의 행보를 보면 그가 국영기업에 메스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적으로 허난(河南) 성 서기로 재직하던 2000년에 나이트클럽 화재로 309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수혈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사고가 국제 이슈가 됐지만 그는 책임 논란에서 빠져나갔다. 일부 부하 직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을 수습한 뒤 본인은 중앙정계에 진출해 지금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달리 양 교수는 “리 부총리는 당시 적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게 아니라 그냥 덮었다”고 말했다. 리 부총리가 개혁가가 아닌 ‘내부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공산당이 지명하는 국영기업의 수장(首長)들은 당 지도부의 돈줄이 되는 등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섣불리 손을 댔다가 되레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리 부총리가 지난주 경제 성장 패턴을 바꾸기 위해 세제(稅制)개혁을 역설하는 등 개혁적 면모를 일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2일 사설에서 현재 중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개혁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현재 중국의 문제는 발전 중에 생기는 문제이자 국가가 나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로 개혁 개방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