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림대서 학술대회
지난 100여 년간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은 선진국의 학문을 수입해 양적 질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국제경쟁력에서 뒤지고 한국사회의 현실에 맞는 주체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사회학 문학 역사학 철학 정치학 경제학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는 학자들이 모여 학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향을 찾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일송기념사업회는 12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한국 인문·사회과학 연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4회 일송학술대회를 연다.
미리 본 발표문에 따르면 송 교수는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은 평생 열등감을 갖고 산다”고 고백했다. 이론과 방법론을 선진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본격화된 1970년대의 한국 사회학을 그는 ‘정신적 고아’에 비유했다. 산업화, 성장, 도시화, 착취, 농촌 피폐, 저발전, 유신 등 새로운 현상과 개념이 출현하던 시기에 사회학은 쏟아지는 시대적 과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상섭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정치학의 모방에서 시작된 한국 정치학의 근본적 약점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제대로 된 정치학이 있기 위해서는 개념 구성과 방법을 설정하기 위한 철학, 자료를 선별하고 모으는 역사학,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자료들을 독해할 수 있는 어학 같은 기초 학문의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재현 경남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사는 동일한 문제를 시대적 현실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철학적 대결의 역사”라는 하이데거의 말에서 한국 철학의 앞날을 향한 실마리를 얻는다. 한국에서 철학의 영향력이 작은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전통으로부터의 단절, 식민지적 근대성, 분단, 압축성장 과정 등을 통해 변화, 발전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전체적인 철학(사상)사적 해석이 없기 때문”이라며 “철학이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을 직면하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 현실을 컨텍스트로 철학적 텍스트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박근갑 한림대 사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표가 이어진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