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김영환 의원은 “안철수(서울대 교수) 현상은 민주당과 야권에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용익 의원도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채우는 정당이 되기 전까지는 안철수 현상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의 수권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도부가 위기의식이 없다”고 질타했다.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이 내용적으로 변해 과격한 정권, 불안하고 무책임한 정권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 속에 민주당이 당면한 여러 문제가 망라돼 있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정권 교체는 고사하고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자당(自黨) 후보를 못 내 불임(不姙)정당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은 그 누구도 아닌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자 자기반성 없이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기세를 꺾는 호재로만 판단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도 안 교수가 손을 들어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내주다시피 했다.
대선 국면에 들어서자마자 이해찬 대표는 일찌감치 안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일정부터 제시했고, 문재인 경선 후보는 안 교수와의 공동 정부를 제안하는 데 급급했다. 민주당의 리더들부터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기에는 모자란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판국에 어느 국민이 민주당을 차기 집권세력으로 인식하겠으며, 또 그들의 대선 경선에 관심을 두겠는가. 치어리더 같은 모습에 스스로 익숙해진 민주당이 안쓰럽다. 제1야당이 대선후보까지 못 낸다면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설혹 여론 지지율에서 안 교수에게 일시적으로 밀리더라도 자신들이 정권을 탈환해야 할 당위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밝힐 정도의 자존심은 있어야 한다. 두 번이나 집권한 적이 있는 정당이 안 교수에게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