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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주당, 자존심도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입력 | 2012-09-12 03:00:00


어제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김영환 의원은 “안철수(서울대 교수) 현상은 민주당과 야권에 사형 선고를 내렸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용익 의원도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채우는 정당이 되기 전까지는 안철수 현상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의 수권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도부가 위기의식이 없다”고 질타했다.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이 내용적으로 변해 과격한 정권, 불안하고 무책임한 정권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 속에 민주당이 당면한 여러 문제가 망라돼 있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정권 교체는 고사하고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자당(自黨) 후보를 못 내 불임(不姙)정당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은 그 누구도 아닌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자 자기반성 없이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기세를 꺾는 호재로만 판단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도 안 교수가 손을 들어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내주다시피 했다.

대선 국면에 들어서자마자 이해찬 대표는 일찌감치 안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일정부터 제시했고, 문재인 경선 후보는 안 교수와의 공동 정부를 제안하는 데 급급했다. 민주당의 리더들부터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기에는 모자란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판국에 어느 국민이 민주당을 차기 집권세력으로 인식하겠으며, 또 그들의 대선 경선에 관심을 두겠는가. 치어리더 같은 모습에 스스로 익숙해진 민주당이 안쓰럽다. 제1야당이 대선후보까지 못 낸다면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안 교수 측은 어제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출마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도 분명치 않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경선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안 교수를 앞선 것으로 집계된 날 이런 발표를 해 시점이 묘하다. 안 교수가 민주당을 손에 넣고 쥐락펴락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설혹 여론 지지율에서 안 교수에게 일시적으로 밀리더라도 자신들이 정권을 탈환해야 할 당위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밝힐 정도의 자존심은 있어야 한다. 두 번이나 집권한 적이 있는 정당이 안 교수에게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