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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日성향 강했다던 이승만 정부, ‘日 식민 배상’ 애초에 포기했다”

입력 | 2012-09-12 03:00:00

이동준 고려대 HK연구교수 주장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부터 이승만 정부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일회담의 결과에 주목해 박정희 정권의 ‘친일성’과 이승만 정권의 ‘반일성’을 강조해온 기존 해석과는 다른 주장이다.

이동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사진)는 13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열리는 한일관계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논문 ‘해방의 이론과 실제: 병합조약에 대한 초기 대한민국 정부의 인식과 행동’에서 이같이 밝혔다.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이른바 ‘구조약 무효’를 명시했다. 여기서 ‘이미 무효’의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해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렇다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한국은 일본에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이 교수는 한일회담 관련 외교문서를 분석한 결과 “1951년 이후 대일교섭에서 한국 정부가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공식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구조약 무효에 대한 불투명한 인식 및 피해 배상의 포기는 이승만 정권 초기부터 명확히 발현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52년 2월 제1차 한일회담 기본관계위원회에서 한국 측은 구조약에 대해 ‘확실한 무효’가 아니라 ‘어쨌든 무효’라는 입장만 되풀이함으로써 구조약의 ‘처음부터 무효’가 관철될 여지는 없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1950년 10월 주일대표부가 작성한 ‘대일강화조약에 관한 기본태도와 그 법적 근거’에서 구조약의 원천적 무효를 주장하면서도 조선총독의 식민지 통치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주일대표부의 독자적 해석이 아니라 피해 배상 요구를 포기하고 실질적으로 민사상의 ‘청구권’ 차원으로 제한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1949년 한국 정부가 최초로 작성한 ‘배상조서’에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이 빠져 있었다. 또 광복 후 양국의 첫 만남이었던 1952년 2월 20일 ‘제1차 재산 및 청구권 문제 분과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포기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포기한 것이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원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은 그동안 위안부나 징용 문제처럼 전쟁에 동원돼 희생된 사안에 대해서만 피해 배상을 요구했을 뿐 식민 지배 35년 자체가 불법이었음은 명확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