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고려대 HK연구교수 주장
이동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사진)는 13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열리는 한일관계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논문 ‘해방의 이론과 실제: 병합조약에 대한 초기 대한민국 정부의 인식과 행동’에서 이같이 밝혔다.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이른바 ‘구조약 무효’를 명시했다. 여기서 ‘이미 무효’의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해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렇다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한국은 일본에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그는 또 “1950년 10월 주일대표부가 작성한 ‘대일강화조약에 관한 기본태도와 그 법적 근거’에서 구조약의 원천적 무효를 주장하면서도 조선총독의 식민지 통치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주일대표부의 독자적 해석이 아니라 피해 배상 요구를 포기하고 실질적으로 민사상의 ‘청구권’ 차원으로 제한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1949년 한국 정부가 최초로 작성한 ‘배상조서’에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이 빠져 있었다. 또 광복 후 양국의 첫 만남이었던 1952년 2월 20일 ‘제1차 재산 및 청구권 문제 분과위원회’에서도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포기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피해 배상을 포기한 것이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원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은 그동안 위안부나 징용 문제처럼 전쟁에 동원돼 희생된 사안에 대해서만 피해 배상을 요구했을 뿐 식민 지배 35년 자체가 불법이었음은 명확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