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퇴 언급 없이 “선대위 구성 전까지 쇄신”
“할 말 있습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총 소집 요구에 서명한 의원을 추궁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손을 들어 항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의총 초반부터 기 싸움
서명을 통해 의총 소집을 주도한 쇄신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7시 의원회관에서 모여 아침을 먹으며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선대위가 구성될 텐데 현 시점에서 지도부의 사퇴를 직설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해찬 대표는 대전 경선에서 벌어진 계란과 물병 투척 사태를 언급하며 “몰골사나운 모습을 보여 당 대표로서 곤혹스럽다”면서도 “민주당이 스스로 결속을 못 하고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되면 참혹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서면을 통해 의총을 요청하지 않고 제게 요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의총 소집에 서명한 의원이 39명인데, 서명을 안 했는데 들어갔다는 분도 있더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민석 의원은 “서명한 의원들에 대한 추궁이 있다는 말이 들리는데 민주당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의총을 공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위해 비공개를 원했다. 의총 공개 여부를 사전에 상의했다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당대표와 원내대표 인사말 때문에) 벌써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다. 서명의 출발점은 조회 식 의총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는데 아쉽다”고 일침을 놓았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여러분이 원하면 비공개로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곤혹스러운 대표들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발언 도중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조경태 의원은 “제주 경선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습하지 않고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경선을 강행했다. 의원을 ‘졸’로 보는 정당이 민주정당이냐”고 비판했다. 또 “경선 현장에서 이렇게 반발이 심한 적이 없었다. 지도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의원도 “민주당이 언론에서 사라졌다. 국민은 민주당과 야권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지도부가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이 내용적으로 변해 과격한 정권, 불안하고 무책임한 정권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용익 의원은 “안철수는 허상(虛像)이지만 안철수 현상은 실상(實像)”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채워주기 전에는 안철수 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진 뒤 후보 중심으로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기식 의원은 “후보 선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구성을 포함한 일체의 전권을 후보에게 넘기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며 “후보도 당 혁신과 변화의 비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도 “후보가 선정되면 단일한 리더십이 발휘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