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 테이블’ 주제로 11월 11일까지 전시
‘라운드 테이블’을 주제로 66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2012 광주비엔날레는 서구 중심이 아니라 아시아 중동 남미 등의 현대 미술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마이클 주의 ‘무제’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및 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난 시민운동과 연관된 작업으로 108개의 방패가 서로 연결된 설치작품이다. 광주=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7일∼11월 11일 66일간 열리는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그룹감독제를 도입해 김선정(한국), 마미 가타오카(일본), 캐롤 잉화 루(중국), 낸시 아다자냐(인도), 와산 알쿠다이리(이라크),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출신 6명의 여성 큐레이터가 공동예술감독을 맡았다. 김 감독은 “수평적 상호작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라운드 테이블’을 주제로 선택해 ‘같고 다름’이 공존하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40개국 작가 92명의 작품들은 비엔날레 전시관을 포함해 시내 전역에 퍼져 있다.
공동감독들은 스타 작가와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동 동유럽 남미지역의 새로운 작가들을 조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의 맥락을 고려한 신작 프로젝트가 늘어난 점도 돋보인다. 서로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감독들은 6개 소주제로 각기 전시를 꾸렸지만 비슷비슷한 개념적 작업이 많은 데다 내용면에서 변별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www.gb.or.kr
이번 비엔날레는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대한 고찰부터 자본주의 병폐에 대한 고민, 디지털 세상이 가져올 변화까지 폭넓게 들여다본다. 일본의 모토유키 시타미치는 대동아공영권을 앞세워 아시아 곳곳에 건립한 신사의 출입문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았는지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시작한 ‘다리’ 연작의 경우 일본 전역에서 주민들이 만든 286개의 아주 작은 다리를 소개하며 공동체 회복에 대한 소망을 담아냈다.
아디다스 신발을 통해 다양한 분쟁지역 내 희생자들의 고통을 상기시키는 아궁 쿠르니아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암살 과정을 어린이들로 재현한 영상작업의 와엘 샤키, ‘인도인을 죽이다’라는 의미의 힌두쿠시 산맥 풍경을 일상의 사물로 연출한 예르보신 멜디베코프 등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겹쳐 드러낸다. 올해 비엔날레의 ‘눈예술상’ 수상자로 뽑힌 전준호 문경원 팀은 영상작품 ‘세상의 저편’에서 지구 종말 이후 살아남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00년 뒤 세계의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통해 현재를 되묻는 작품이다.
○ 광주와 호흡하다
멕시코 작가 페드로 레예스는 무기를 변형한 악기와 퍼포먼스를 선보여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의 문제를 제기했다.
광주=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