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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아이돌 스타, 열정과 현실 사이

입력 | 2012-09-04 03:00:00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중학 3학년과 초등 6학년 두 아들을 둔 A 씨(47·여·서울 동작구). 큰아들은 중1 때 가입한 교내 밴드부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아 한 학기에 3, 4번씩 대회와 오디션에 참가한다. 작은 아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 가기 전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아이돌 그룹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을 즐긴다. 최근에는 형에게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두 아들 모두 성적은 전교 중하위권. 하지만 A 씨는 두 아들의 꿈이 결코 못마땅하지 않다. 오히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보컬전문학원이나 댄스스쿨(학원)에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미안하다.

직장일이 바쁜 탓에 큰아들이 참가하는 오디션과 대회 현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A 씨. 그는 지난달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서울지역 2차 예선에 처음으로 큰아들과 동행했다.

A 씨는 기대에 부풀었다. 아들이 심사위원 앞에서 멋진 기타연주와 함께 훌륭한 노래솜씨를 뽐내는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디션 현장에는 큰아들처럼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초중고생으로 가득했다. 오디션 참가 부스만도 ‘A’부터 ‘U’까지 21개. 부스 당 많게는 300명까지 들어가 오디션을 치렀다. 기타연주와 노래솜씨를 뽐내기에는 오디션 시간도 너무 짧았다. 참가자 한 명을 평가하는 데 길어야 1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큰아들이 이 오디션을 준비한 시간만 한 달이 넘는데 고작 1분이라니….

저녁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온 A 씨는 고민에 빠졌다. 평소 아이돌 스타가 되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눈으로 확인한 현실의 벽은 그보다 높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아들의 꿈을 일방적으로 꺾고 싶지는 않았다.

이튿날 A 씨는 두 아들을 불러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앞으로 시도나 국가기관에서 주최하는 학생 대상 음악·댄스 경연대회에만 나갔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디션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 참가하는 게 어떨까?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공부도 열심히 하며 다른 직업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말이야.”(A 씨)

아이돌 스타 되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공부를 통해 다른 진로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갑작스러운 엄마의 제안에 작은 아들은 “대학생 때는 아이돌 가수가 되기에는 너무 늦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큰아들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지더니 “엄마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이가 노래와 춤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와 오디션 현장에 동행해 보니 ‘현실’이 보였어요. 두 가지 모두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열정을 응원하되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게끔 열정과 현실 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A 씨)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