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뒷돈 의혹 수사… 朴-돈 제공자 공천확정 전날 문자
○ 공천 전후 급격한 관계 변화
이 씨와 정 씨, 그리고 또 다른 돈 제공자인 이규섭 씨(하나세무법인 대표)는 수사 초기부터 “박 원내대표를 보고 양 씨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해 왔다. 여기에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확정 전날 박 원내대표와 이들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박 원내대표가 공천 청탁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이양호 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답신을 보낸 것은 이 씨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야 하는 압박감에 따른 미안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공천에서 모두 탈락한 뒤 박 원내대표와 급격히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박 원내대표와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 씨는 트위터 등에 “박지원이 물러나야 우리가 산다. 박지원 불가” “(박 원내대표가 받은 돈은) 수억 원이 아니라 수천억 원은 될 것” 등의 글을 올렸다. 박 원내대표가 이달 초 검찰에 출두한 것에 대해선 “온갖 생쇼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연출하는…” 등의 자극적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돈 제공자 세 명도 양 씨에게 “공천이 안 됐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양 씨가 수사받기 직전 페이스북에 5명의 성씨를 거론하며 올린 글이 이들의 요구에 격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양호 씨는 8월 박 원내대표를 만나 공천 탈락에 대해 따졌고 박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만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지원 공천권 있었나
박 원내대표는 4·11총선 당시 최고위원으로 전략공천 논의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에 치여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지난해 말 이해찬 대표, 문재인 의원 등 당 밖의 친노그룹과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1·15전당대회에서 4위로 간신히 최고위원에 턱걸이 당선되는 굴욕까지 겪어 힘이 빠진 상태였다는 것. 그는 5월 원내대표로 부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그놈의 친노”라는 표현까지 여러 차례 쓰며 비주류의 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총선 공천 당시엔 한명숙 대표를 내세워 당권을 장악하고 있던 친노세력과 사회단체의 입김이 거셌다. 친노와 재야단체 출신에게 대부분 돌아갔고, 여기에 장애인, 청년(2명) 몫까지 더해져 다른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적었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결국 돈을 건넨 세 명의 공천 탈락은 ‘썩은 동아줄’을 잡은 실패한 로비라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