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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파행]제주선 삐걱… 울산선 반쪽… 민주 ‘경선잡음 태풍’ 북상중

입력 | 2012-08-27 03:00:00


26일 민주통합당 울산 경선은 시작 전부터 ‘반쪽 경선’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25일 제주 경선 직후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모바일투표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불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한 울산 경선은 30분 늦게 가까스로 열렸다. 손, 김 후보는 끝내 경선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정 후보는 잠시 왔다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만 한 뒤 돌아갔다. 문 후보만 홀로 참석한 것. 결국 당 선관위는 오후 4시경 합동연설회를 생략한 채 대의원 투표를 강행했다. 비문(비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이해찬 대표 물러나라” “박근혜 추대식과 무엇이 다르냐”며 고함을 지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대표가 자리를 뜬 가운데 일부 지지자가 단상을 둘러싸자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당직자들과 경호원들이 막아서면서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날의 파국은 제주 경선이 끝난 25일 저녁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전날 밤 발생한 제주 모바일투표 개표시스템 오류로 가뜩이나 불만이 팽배하던 비문 캠프는 예상 밖의 ‘제주 참패’에 분노가 폭발했다. 경선 직후 캠프별 저녁 자리는 당 지도부와 모바일투표의 불공정성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김 후보 캠프 이호웅 경선대책본부장은 “통합진보당의 대리투표나 무더기 투표와 뭐가 다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비문 캠프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전화가 오가는 등 공동보조 움직임이 나타났다. 손 후보 측의 조정식 의원과 김유정 대변인, 김 후보 측의 이호웅 본부장과 안민석 의원, 정 후보 측의 임내현 의원 등은 25일 오후 10시부터 제주에서 2시간 동안 긴급회의를 열고 경선의 문제점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 지도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제주 경선 직후인 25일 밤과 26일 오전 제주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

26일 오전 각 후보는 잇달아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25일 밤 서울로 간 손 후보는 26일 오전 8시부터 선대위 관계자들과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숙고를 거듭했다. 김 후보는 김해에 머물며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선대위 핵심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 후보 선대위 역시 긴박하게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각 캠프에선 “이대로는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 기류가 대세를 이뤘다.

김승남 당 선관위 간사는 오전 10시 20분경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관위와 각 캠프 대리인들 간의 회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11시 반 울산에서 소집된 회의는 문 후보 측만 참석해 무산됐다. 결국 반쪽 행사가 된 울산 경선에서 문 후보의 압승을 발표하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은 그의 지지자들뿐이었다.

경선이 계속 파국으로 치달을지, 정상을 되찾을지는 27일 청주 방송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문 후보들이 이 토론회마저 보이콧하면 남은 경선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26일 울산 경선 직후 각 후보는 서둘러 서울로 올라가 선대위 회의를 소집하고 토론회 참석 여부와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비문 후보들은 일단 27일 토론회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후보 측은 26일 밤 ‘내일 토론회에 참석하느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선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 후보가 공정한 경선관리 체제가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각론에선 조금씩 속내가 다른 만큼 이들이 언제까지 공동보조를 취할지도 관건이다. 당 관계자는 “울산 경선 결과 김 후보가 손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며 “김 후보가 2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손 후보와 공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지도부나 문 후보가 전격적으로 비문 후보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문 후보 측은 비문 후보들의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해 당에서 결단만 내리면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문 캠프 진선미 대변인은 “당이 다른 후보들의 근심을 덜어줄 방법을 제시하면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찬성”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까지 거론하던 지난달 중순 이를 전격 수용해 갈등을 해소한 적도 있다.

제주·울산=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