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공천 뒷돈 의혹 파문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쥘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연이은 자살골로 이런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릴 상황에 처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이달 초 새누리당에서 4·11총선 공천 과정에 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거에 국면을 전환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분칠을 해도 과거 한나라당의 DNA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며 공천 뒷돈 파문을 계속 이슈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종걸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이 터지면서 정국의 초점이 ‘막말’로 옮겨가고 있다. 이 최고위원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오히려 확대일로다.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한창 좋았는데 이 최고위원이 차려놓은 밥상을 스스로 차버린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당원명부 유출사건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당원명부가 아니라 대의원 명부”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사과는커녕 반성도 없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번 우리 당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철저한 징계와 사후조치를 했다”며 “반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명부유출 사건은 축소하고 부정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4·11총선 때의 ‘김용민 악몽’이 떠오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선을 열흘가량 앞두고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대형 호재를 잡았지만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이를 덮으면서 패배했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선제 공격을 했으나 KO를 못 시키고 오히려 새누리당으로부터 잽을 연속으로 맞고 있다”며 “비전과 정책 경쟁이 아닌, 누가 더 실수를 안 하느냐의 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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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