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에서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선수들은 판정 번복 한 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판정 번복의 최다 수혜를 입은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시미즈 사토시는 1일(현지시간) 복싱 밴텀급 16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해 아제리 마고메드 압둘하미도프에게 승리를 내줘야 했다.
시미즈는 5-12로 뒤진 상황에서 시작된 마지막 라운드에서 압둘하미도프를 압도하며 여러 번 다운시켰고, 압둘하미도프가 두 번 경고를 받아 2점을 추가로 얻어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가 10-10으로 끝나 22-17로 압둘하미도프가 승리했고, 시미즈가 충격에 휩싸여 링 가운데 서 있는 사이 압둘하미도프는 관중의 야유 속에 부축을 받아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일본 대표팀의 야마네 마사모리는 '압둘하미도프가 여러 번 쓰러졌지만 심판이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국제복싱연맹(AIBA)에 이의 신청을 했다.
아마추어 복싱에서는 한 선수가 한 라운드에 3번, 3라운드 전체에서 4번 다운이 돼 카운트가 시작되면 상대방에게 승리가 돌아간다.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AIBA는 논의 끝에 심판이 적어도 '3번' 카운트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결론을 내린 후 판정을 뒤엎고 시미즈에게 승리를 안겼다.
일본은 지난달 30일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결선에서도 4위에 오른 뒤 이의 신청을 통해 판정을 뒤집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일본은 우치무라 코헤이가 안마 종목에서 착지 동작을 제대로 했음에도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심판은 비디오 판독 결과 우치무라가 두 발로 정확하게 매트를 밟은 것으로 판단해 점수를 13.466점에서 14.166점으로 정정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총점은 271.252에서 271.952로 0.7점 높아져 순식간에 2위로 도약한 반면 영국과 우크라이나는 각각 3, 4위로 밀려났다.
삽시간에 동메달을 놓친 우크라이나의 미콜라 쿡센코프는 "우리는 장님이 아니다"며 "각자 견해가 다르겠지만 우리는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판정 논란의 중심에 선 우치무라는 "영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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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쁨은 한국의 슬픔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도 66㎏급의 조준호는 8강전에서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 연장 접전을 펼친 후 최초 판정 때 심판 3명의 전원일치로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하지만 곧 심판위원장이 판정을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에비누마의 승리로 번복했다.
현장에 있던 대한유도회 임원들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준호는 4강 진출 티켓을 잃은 채 패자부활전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조준호는 "유도를 하면서 판정이 번복된 것은 처음이었다"며 당혹스러워했고, 에비누마는 "판정이 잘못됐다. 한국 선수(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조준호 때 한번의 슬픔을 맛본 한국은 한번의 기쁨 또한 맛봤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6초68로 3조 1위,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다.
하지만 출발 신호 전에 몸을 움직였다는 불명확한 이유로 '실격(DSQ·Disqualified)' 처리돼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될 뻔했다.
안종택 경영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30분이 지나기 전에 바로 국제수영연맹(FINA)에 1차 이의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2차 이의 신청을 해서 비디오 판독까지 한 결과 FINA는 박태환의 출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실격을 번복했다.
박태환의 실격으로 결선행 막차를 탔던 라이언 코크런(캐나다)이 이의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박태환은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