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야구인생을 견뎌온 LG 신재웅에게 26일 잠실 두산전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2-0으로 앞선 6회 2사 2루서 유원상과 교체된 뒤 담담하게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신재웅의 모습. 잠실|김민성 기자
부상→방출→군입대→신고선수 재입단
6년만에 선발등판 기회 체인지업 위력
두산전 5.2이닝 1실점…감격의 첫 승
신재웅(30)은 2005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전도유망한 투수였다. 희소가치가 있는 좌완에 시속 140km대 후반의 빠른 볼을 던졌다. 2006년 8월 11일 잠실 한화전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1안타 완봉승. 9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완벽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시작한 2007년 스프링캠프 때 욕심을 부리다 탈이 났다. 어깨 부상을 당했고, 한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그 해 프리에이전트(FA)로 LG에 온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새 팀에서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결국 방출(2007년)되고 말았다. 이후에는 공익근무와 재활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무엇보다 신재웅에게는 ‘절실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다시 1군 무대를 밟기까지 걸린 시간 6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던 기나긴 터널을 지나 ‘제2의 야구인생’을 연 그에게 이날의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였다.
신재웅 “기회주신 코치님께 감사”
오늘은 개인 승리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6년을 돌이켜보면 그냥 흘려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내 나름대로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경기 전에 기도를 드렸더니 도와주신 것 같다. (차명석 코치에게는) 못난 놈에게 기회를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