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씨 “가혹행위 당했다”… 외교문제 번질 조짐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운데)가 25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돼 있던 113일 동안의 중국 감금 생활에 대해 밝히고 있다. 김 씨 왼쪽은 유세희 석방대책위 공동위원장, 오른쪽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김영환, 어떤 가혹행위 당했나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혹행위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작 북한 인권문제보다 중국 인권문제로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며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고문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도 “구체적인 부분은 다음에 밝히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2003년 중국 지린(吉林)에서 탈북자를 돕다가 국가안전위해죄로 체포돼 1년 6개월간 감옥에 갇혔던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당시 사흘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바깥을 보지 못하게 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며 “옆방에서 ‘퍽퍽’ 맞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제대로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위협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구치소에서 움직이지도, 눕지도 못하고 운동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출소에 앞서 ‘어떠한 인권 침해도 없었고 감옥에서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라는 강요를 받고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탈북 과정에서 중국 감옥에 갇혔던 탈북자 A 씨는 “중국 공안이 나무 몽둥이로 우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도 “가혹행위에는 물리력을 동원한 것과 잠 안 재우기 등 두 가지 모두가 있었다”고 말해 폭행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체포 4일째까지 김 씨의 경력과 지명도를 몰랐던 중국 당국이 일반 재소자처럼 정보를 캐내기 위해 폭력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씨는 2차 영사접견이 이뤄진 6월 11일 한국 영사에게 가혹행위 사실을 처음 알렸으며, 구치소로 찾아온 단둥(丹東) 안전국장은 “상부에서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김 씨 몸에 특별한 외상은 남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식사와 수용시설도 열악했다. 김 씨는 단둥 구치소에서 35m²(약 10평) 공간에 25명과 함께 수용돼 있었으며 식사로는 끼니마다 속이 빈 찐빵 1개가 지급됐다. 하지만 그는 “구치소 생활에 적응되지 않은 데다 10분 이상 식사시간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찐빵 1개를 다 먹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위암 수술을 받아 식사를 천천히 해야 하는 그는 이번 구금기간에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하루 13시간씩 노역에 동원되기도 했다. 같이 구금됐던 유재길 씨는 건강이 나빠져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못했다.
○ 두 달간 입막음에 급급했던 중국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