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명투수 워렌 스판은 “투구란 타이밍을 빼앗는 것” 이라고 했다. KIA 최향남의 ‘비눗방울 직구’가 딱 그렇다. 시속 130km대의 구속으로도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춤을 춘다. 스포츠동아DB
마구 뺨친 ‘41세 KIA 마무리의 직구’
8이닝 방어율 0 3S…4구없이 K 10개
짧은 인터벌…타자 체감구속 더 빨라
손가락 미세 힘조절…볼 끝 변화무쌍
‘칠테면 쳐라’ 자신감…정면승부 통해
하늘에서 돌멩이와 비눗방울이 연이어 날아온다. 어느 쪽이 더 치기 어려울까. 삼성 오승환(30)이 던지는 시속 150km의 ‘돌직구’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른다. 그렇다면 KIA 최향남(41)의 시속 135km 직구는 어떨까. 아무리 빨라야 138km, 팀 후배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보다 느리지만 비눗방울처럼 하늘하늘 날아오는 공에 삼진, 삼진, 또 삼진이다.
왜 타자들은 최향남의 135km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할까. 그 비밀은 짧은 인터벌, 그리고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볼끝에 있다. 총구를 떠난 탄환도 사실 곡선으로 비행한다. 직구로 표현하지만, 모든 패스트볼은 일직선으로 날아오지 않는다. 최향남의 직구는 아주 미세한 손가락의 힘 조절에 따라 궤적이 조금씩 달라진다. 컷패스트볼처럼 예리하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도 타자 바로 눈앞까지 직구로 위장한다. 일단 타자는 최향남과 대결할 때 볼넷은 머릿속에서 비워야 한다. 무조건 정면 승부하는 투수, 그러나 공은 빠르지 않다. 타자에게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공은 마지막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배트를 피한다. 비눗방울처럼. 두 번째 비결은 짧은 인터벌이다. 최향남은 공을 잡자마자 거침없이 던진다. 대부분 정면승부다. 공의 대부분이 스트라이크지만 타자가 전략을 세울 틈이 없다. 인터벌이 빠르기 때문에 타자가 느끼는 공의 구속도 더 빠르게 느껴진다.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다. KIA 선동열 감독은 최향남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빠른 공이 140km를 넘지 못하는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긴 선 감독의 결정은 대담해 보인다. 그러나 성공적 출발이다. 선 감독은 “구속보다 중요한건 볼끝이다. 1군 복귀전(6월 17일 LG전)에서 직구만 던지더라, 자신의 밸런스를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하던데 스스로 공에 대한 믿음, 자신감이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향남은 “타자와 승부는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밸런스를 지키고 있다면 어떤 타자도 내 공을 칠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공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