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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딱정벌레 등딱지 각질층에 가뭄해결 비법이…

입력 | 2012-06-29 03:00:00

■ 동식물 환경적응력, 첨단 기술로 변신중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사막딱정벌레는 등에 큐티클층(각질층)이 있어 공기에 들어 있는 수분을 물방울로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이 딱정벌레는 매우 건조한 사막에서도 잘 살아남는다. 호주 디자이너 에드워드 리나커는 딱정벌레가 물을 만드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에어드롭’이라는 장치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장치는 땅속에 묻은 파이프로 공기를 모아 공기 중의 수증기를 물방울로 만든다. 땅속은 온도가 낮아 수증기가 물로 바뀌고, 이 물을 농작물에 바로 공급할 수 있다. 과학동아, 제임스다이슨어워드, 위키미디어 제공

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전국이 타는 듯한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 농부들은 빨리 장마가 시작됐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그런데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에서 동식물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사막에 사는 사막딱정벌레는 건조한 공기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비법을 갖고 있다.

이처럼 동식물들은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진화해왔다. 사막딱정벌레의 비법을 기술로 구현해 낼 수 있다면 더는 가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 온 동식물의 모습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가 비행할 때 깃털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본떠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는가 하면 인체의 미세 조직과 똑같은 조직을 만들어 신약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동식물, 인체의 특정 부위나 작동 원리를 연구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생체모방공학’은 우리 생활을 더욱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 딱정벌레 등딱지가 ‘인공 오아시스’

사막딱정벌레의 등에는 큐티클층(각질층)이 있다. 이를 이용해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을 물방울로 만들어 마신다. 연간 강수량이 10mm도 되지 않는 사막에서 딱정벌레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이 방식을 본떠 인공 오아시스 장치인 ‘에어드롭(airdrop)’을 만들었다. 에어드롭은 땅속에 묻은 파이프로 공기를 모은다. 땅속 온도가 낮기 때문에 파이프에 있는 공기의 수증기는 이슬방울 형태로 맺힌다. 이렇게 모은 물을 지하에서 바로 땅속으로 공급해 농작물의 뿌리가 흡수하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사막딱정벌레의 등딱지를 모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는 사막딱정벌레의 큐티클층처럼 물방울이 맺히는 표면구조를 기존보다 1000배 크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형 표면구조가 만들어지면 공기 중 수증기를 물방울로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자동차 연비 높이는 새 깃털

새는 비행하면서 속도를 높일 때 한쪽 깃털을 비행 방향과 평행하게 들어올린다. 공기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나아가는 물체 뒤편에는 공기 흐름이 소용돌이치는 ‘와류’ 현상이 생기는데, 이는 앞으로 나갈 때 방해가 된다. 새가 깃털을 들어올리는 것도 이 와류 현상을 없애기 위한 본능적 행위다.

자동차에서 새의 깃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디플렉터’라는 장치다. 자동차 천장과 이어지는 뒷부분을 살짝 튀어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주행할 때는 디플렉터가 공기 저항(와류)을 줄이지만 느린 속도로 주행할 때는 오히려 공기 저항을 높인다. 새처럼 상황에 따라 ‘알아서’ 폈다 접었다 하는 디플렉터가 필요한 것이다.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새의 깃털 움직임에서 착안한 ‘자동 디플렉터(PMD)’를 개발해 미국 자동차 회사 GM과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최 교수는 “PMD가 자동차에 장착되면 상황에 맞게 공기 저항이 조절돼 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물에 빠져도 멀쩡한 스마트폰

풀잎에 맺히는 이슬은 동그란 모양이다. 특히 연잎에서 물방울이 가장 동그랗게 맺힌다. 연잎 표면의 보이지 않는 무수한 돌기가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잎의 ‘초소수성(물에 젖지 않는 성질)’을 모방한 메모리 반도체가 개발됐다.

용기중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는 연잎 표면처럼 가는 선 모양의 텅스텐 산화물 분자를 오돌토돌하게 정렬해 나노 반도체를 합성했다. 물속에서도 반도체 성질을 잃지 않는 메모리 소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 반도체로 스마트폰을 만들면 실수로 전화기를 물에 빠뜨려도 저장해 놓은 각종 정보가 사라지는 곤경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 허파꽈리 조직을 그대로 칩 속에

인체의 미세한 조직을 그대로 칩 속에 담는 생체 칩 연구도 활발하다. 허동은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의 ‘허파꽈리 조직 생체 칩’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2010년 사이언스에 처음 발표한 허파꽈리 생체 칩으로 특정 항암제의 부작용을 없애는 단백질을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허파꽈리 생체 칩은 허파꽈리를 구성하는 세포막, 폐세포, 모세혈관을 마이크로 크기의 칩에서 배양하는 것이다. 단순히 배양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숨을 쉴 때 허파꽈리의 움직임이나 바이러스,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실제로 활동하는 것까지 칩에서 똑같이 구현해냈다.

허 교수는 “생체 칩은 신약을 개발할 때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큰 폭으로 줄여준다”며 “지난해 9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생체 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생체 칩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동아 7월호에는 이를 포함해 모두 7가지의 생체모방 연구가 소개된다.

:: 생체모방공학(biomimetic) ::

1969년 미국 과학자 오토 슈미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동식물 등 생물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분석하고 모방해 우리 생활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계, 항공, 소재, 생활용품, 의학 등 응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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