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판 파라오’ 무바라크 25년형 선고 이후 행적
“내가 죽으면 무함마드 곁에 묻어다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4)이 최근 형무소에 병문안을 온 부인과 묫자리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남긴 유언이다. 무함마드는 3년 전 식중독으로 열두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손자다. 장남인 알라의 아들로 무바라크는 손자를 끔찍이 아끼고 귀여워했다고 한다.
30년 독재를 휘두른 ‘20세기 파라오’의 마지막 퇴장은 이처럼 인간적인 면모와 권력무상을 실감케 할 비참하고 비굴한 모습이 뒤섞인 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민주화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무바라크는 2일 법정 최고형인 25년형을 선고받고 이전까지 지내던 카이로 군병원에서 토라 형무소로 수감됐다. 그가 재임 중 정적들을 가뒀던 악명 높은 형무소다.
무바라크는 지난해 2월 축출된 뒤 이집트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시나이 반도 남단의 샤름 엘셰이크에서 6개월간 머물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구속 기소된 지난해 8월부터는 군병원에 머물며 자유롭게 가족의 방문을 받고 매일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위독설은 형무소 수감 나흘 후인 6일부터 흘러나왔다. 호흡 곤란을 비롯해 고혈압과 쇼크 증세가 동반됐으며 11일에는 심장 박동을 정상화하기 위해 심장 충격기도 두 차례 사용했다. ‘군부가 퇴임 후 신병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고 사임했는데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화병과 우울증까지 겹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