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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 복도 정중앙에 ‘책탑’ 쌓으려면… 한달에 600만원

입력 | 2012-06-20 03:00:00


“이게 광고라고요? 요즘 잘 나가는 책이라 맨 앞에 놔둔 줄 알았는데….”

1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탑처럼 쌓아놓은 책을 집어 들던 직장인 이수희 씨(40). 기자가 “이 책들이 광고비를 내고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 씨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 좋은 위치에 책을 진열하려면 목돈을 내야 한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대형서점 입구나 통로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책들은 대부분 광고료를 내고 자리를 잡은 것들”이라고 귀띔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매장 곳곳에도 똑같은 책들이 수십 권씩 무더기로 쌓여 있다. 대표적인 ‘책탑’ 광고다. 통로와 출입문 주변, 베스트셀러 코너, 계산대 등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10여 개의 책탑이 있다. 위치에 따라 가격 차가 있지만 노른자위로 꼽히는 복도 정중앙 자리는 한달 광고비가 600만 원이다.

일부 진열대도 돈을 받고 자리를 판다. 정문 근처 3층짜리 계단식 책장에 책을 쌓아놓으려면 월 200만 원을 내야 한다. 책을 15권 정도 뉘어 놓을 수 있는 평평한 독립 매대는 월 150만 원이다. 자릿값만으로 서점은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교보문고의 다른 지점이나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다른 대형 서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광고비를 내지 않은 신간은 소리 소문 없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대형 서점들은 신간이 들어오면 신간 코너에 한 권씩 넣어주기는 하지만 3, 4일간 판매되지 않으면 안쪽 깊숙한 서가로 옮겨 꽂아놓는다. 이 때문에 출판사 직원이 좋은 자리를 유지하려고 한두 권씩 몰래 사가는 눈물겨운 일도 있다. 대형 서점에 광고를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는 “눈에 띄는 매대는 한정돼 있고 신간은 쏟아져 나와 조금이라도 책을 노출시키려면 광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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