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硏 “선진국보다 효율성 뛰어나”
《 공장 밀집 지대를 지나가다 보면 굴뚝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쇳물을 녹이는 용광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제품 제조에는 열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기, 석유 등을 이용해 온도를 높이는 장치가 사용된다. 문제는 비용을 들여서 만든 뜨거운 열기를 제품 제조 이후에 그냥 버린다는 점이다. 높은 유가, 대정전(블랙아웃), 지구온난화 등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버려지는 폐열(廢熱)을 다시 활용해보자는 연구가 한창이다. 》
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단 연구원들이 실험에 앞서 ‘저온 발전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 발전기는 70∼100도의 낮은 열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버려지는 열로 전기 생산
보통 발전소에서는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발전기의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물을 끓이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를 쓰는 것이 화력발전소고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다.
그런데 에너지연이 이번에 개발한 저온 발전기는 물이 아닌 ‘R245fa’라는 복잡한 이름의 화학물질로 터빈을 돌린다. 에너지연 임용훈 연구원은 “이 물질은 ‘프레온가스’와 성질이 비슷해 가전제품 등에 냉매로 쓰이는 물질이지만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을 뿐 아니라 15도에서 기체로 바뀌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70∼100도의 열만 있으면 발전이 가능하다. 발전에 쓰인 화학물질은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일단 발전기 안에 다시 모은 후 다음 발전 때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저온 발전기는 보통 공장에서 발생하는 100∼200도 정도의 수증기를 이용하지만 약간만 변형하면 온천과 기존 발전소 등에서 터빈을 식히고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물(온배수)로도 가동할 수 있다. 먼저 열을 흡수하는 ‘서멀오일’이란 기름을 데운 다음 뜨거워진 기름으로 다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일본 등 온천수가 풍부한 나라에서는 이 장치를 이용해 대규모 발전시설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저온 발전소 수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임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저온 발전기는 미국이나 유럽의 저온 발전기에 비해 효율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 국내 공장 폐열 활용 발전기 상용화 준비
에너지연은 2008년부터 저온 발전기 연구를 시작했다. 3년간 25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했으며 2010년 시간당 30kW(킬로와트) 정도의 실험용 소형 발전시설을 제작했고, 2년간 각종 실험을 해왔다.
한편 에너지연은 지난해부터 100kW급 대용량 실증설비 개발에 들어갔으며 올해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성되면 고온의 온천수가 나오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 지역과 포항시 인근에서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