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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50대 꽃중년 ‘레옹족’ “신사 정장, 날씬하게 깡총하게”

입력 | 2012-05-29 03:00:00

허리 32인치가 대세… 재킷 길이도 짧아져
구두-양말 노출 위해 바지 끝단 3cm 올려




25일 한 사무실에서 40대 직장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양말, 갈색 구두와 스니커스, 팔찌, 하늘색 재킷 등을 갖춰 입은 이른바 ‘레옹족’이 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꽃중년 정장은 6드롭 대신 7, 8드롭.’

이게 무슨 뜻일까. 드롭은 신사복의 가슴둘레에서 허리둘레를 뺀 값을 뜻하는 패션업계 용어다. 3, 4년 전만 해도 가슴둘레가 40인치인 중년층 신사복 재킷에 적당한 허리둘레는 34인치였지만 최근에는 32, 33인치가 대세라는 얘기다.

이렇게 신사복이 날씬해지는 배경엔 ‘레옹족’이 있다. 레옹족은 2001년 일본에서 출간한 중년 남성 패션잡지 ‘레옹’에서 유래한 말로 멋쟁이 중년 남성을 뜻한다. 최근 레옹족 덕에 헐렁한 재킷과 배꼽까지 올라오는 ‘배 바지’로 대변되는 ‘아저씨 패션’은 날씬한 몸매를 드러내는 ‘꽃중년 패션’으로 바뀌고 있다.

○ 재킷 6→7, 8드롭, 바지통 22→19cm

중장년층이 주로 입는 브랜드인 마에스트로에서 7, 8드롭 사이즈 정장의 비중은 2007년 5%에서 2012년 40%로 높아졌다. 올 들어 90과 95의 중간 사이즈인 93 사이즈 정장 매출은 작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최근 3년 새 갤러리아백화점에서 40, 50대가 입는 재킷 길이는 76cm에서 72∼73cm으로 줄었다. 이승제 제일모직 니나리치 담당 과장은 “최근 3년간 어깨넓이가 1cm, 가슴둘레와 허리둘레는 2cm씩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바지 모양도 달라졌다. 마에스트로에선 앞 주름이 없는 ‘노턱 팬츠’ 판매량이 2007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3년 전 닥스신사에서 고객 91%가 바지 길이를 구두 끝단에 맞춰 수선했으나 최근에는 60% 이상이 구두 끝단에서 약 3cm 올라간 길이로 맞춘다. 구두와 양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지자락 끝부분을 한번 뒤집어 접는 ‘턴업’을 요청하는 고객은 2009년 11%에서 올해 24%로 늘어났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40, 50대가 구매하는 정장 바지 밑통둘레는 21∼22cm에서 19cm로 줄었다. 허리와 엉덩이 사이 길이는 25cm에서 22.5cm(허리 32인치 기준)로 짧아졌다.

○ 팔찌 차는 레옹족…유통·패션업계 ‘큰손’

과거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남성들이 멋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게 레옹족의 탄생 배경이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과 장동건, 이병헌,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 국내외 ‘꽃중년 스타’가 많아진 것도 이유다. 경제력을 갖춘 40, 50대가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패션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40, 50대 남성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들어 5월 23일까지 15.5%로 2010년 같은 기간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11번가에서는 1∼4월 패션·잡화 부문에서 40대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26%로, 처음으로 20대 남성(25%)을 넘어섰다. 화장품·향수 부문에서의 매출 비중도 올해 24%로 20대 남성(26%)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이들은 구두 부토니에 팔찌 등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다. 2, 3년 전 롯데백화점에서 40, 50대 남성은 80∼90%가 검은색 구두를 샀다. 그러나 최근에는 70% 이상이 갈색 구두를 산다. 예전에는 로퍼 스타일이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벨트처럼 생긴 가죽끈이 달린 ‘몽크스트랩’ 스타일이 인기다. 양말은 무채색에서 주황 보라 초록 등 화려한 색깔과 패턴 제품이 인기다. 천지용 롯데백화점 남성MD(상품기획)팀 선임상품기획자는 “최근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팔찌와 정장 단추 구멍에 꽂는 액세서리인 부토니에 판매량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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