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때 청구권 적극해석 주문
27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검토하면서 “1, 2심 쟁점 판단에 머무르는 일반적 대법원 판결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김 대법관은 사건의 기초 자료와 쟁점을 정리해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들에게 “국내외 기존 판결과 다수 의견에 구애받지 말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전속재판연구관’이 대법관마다 3명씩 총 36명이 배치돼 있다. 또 특정 대법관에 전속되지 않으면서 중요사건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공동재판연구관 68명이 있다.
이에 따라 민사를 담당하는 공동재판연구관 2개조(1조는 10∼12명) 가운데 5, 6명은 2009년 3월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부터 3년여간 자료수집과 법리 검토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사건의 원고들이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내 패소했던 판결문 원문은 물론이고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패소한 판결문도 샅샅이 살펴 외국 판결이 어떤 논리로 구성돼 있는지를 치밀하게 파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주변국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킨 독일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피해를 배상한 것을 연구한 국내 논문들도 심도 있게 검토됐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3년간 수집한 자료를 쌓으면 최소 2m는 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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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는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을 판결에 포함할지를 놓고 일부 신중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부가 외교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어서 이번에는 일본 판결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정도만 대법원 판결문에서 밝히고 파기환송심에서 먼저 판단한 뒤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김 대법관은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최종적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천명을 해야 한다. 17년간 소송에 매달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더는 미루게 해선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사안을 밀고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사건의 합의과정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외부로 새나간 적이 없다”며 “이 부분은 알 수도 없고, 알려져서도 안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