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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리 얼룩 한수원, 뻔뻔한 ‘상근고문직 추진’

입력 | 2012-05-15 03:00:00

사의 밝힌 김종신사장 위해 규정에 없는 자리 신설 검토
측근이 주도… 정부 제동걸듯




고리 원전 정전 은폐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의를 밝힌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의 퇴임 이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의 측근 임원들이 ‘상근고문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을 최근 파악한 정부가 상근고문직 신설을 막을 방침이어서 이 같은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납품 비리와 사고 은폐로 얼룩진 한수원을 5년간 이끈 김 사장을 상근고문에 앉히려는 시도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14일 “김 사장의 측근들이 1년 임기의 상근고문직 신설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며 “보수 지급은 물론이고 사무실과 차량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해 2월 발생한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사고로 지난달 16일 사의를 밝혔지만 후임 사장 인선이 끝나지 않아 현재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수원의 정관이나 인사규정에는 상근고문이라는 직제가 없다. 이에 따라 김 사장 측 임원들은 김 사장을 위해 차기 사장이 선임된 후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고리 원전 은폐사고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데다 납품비리와 관련해 김 사장이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점을 들어 상근고문직 신설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견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설사 이사회에 해당 안건이 올라와도 정부 측 비상임이사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상근고문직 신설은 실현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원전업계에선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진 것은 김 사장이 공기업 사장으로선 이례적으로 5년간 장기 집권하면서 한수원 내 주요 보직을 측근 인사들로 채웠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극히 폐쇄적인 조직구조가 은폐와 비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올 3월 원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수원의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