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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건설공제조합 이종상 이사장 “甲의 횡포 여전… 하청건설사 죽기 직전”

입력 | 2012-05-14 03:00:00


“전문건설사가 무너지면 400만 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집니다. 이래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계속해야 합니까.”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63·사진)은 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이사장은 “‘갑’인 종합건설업체가 ‘을’인 전문건설사와 상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전문건설업체는 전체 공사를 관리하는 종합건설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상하수도와 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의 공사를 전담하는 중소건설사들이다. 전문건설업체는 올해 1월 말 현재 약 3만8000개사로 상시고용 근로자만 115만 명에 이른다. 종합건설사는 공사 전체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상시 유지, 관리하기 어려워 전문건설사와 협력계약을 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해 대등한 입장이어야 할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관계가 ‘주종’ 관계로 변질됐다”며 “이렇게 계약관계가 바뀐 데에는 건설업계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무리한 저가입찰을 강요하거나 계약 시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도록 명시하고, 하도급 대금을 골프장회원권 등과 같은 현물로 결제하는 등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졌다.

그는 “종합건설사도 정부나 공기업으로부터 공사를 따낼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만 수주할 수 있는 ‘최저가 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것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하도급 협력업체를 쥐어짜며 수익을 남기는 것은 지나치고 부당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종합건설사의 횡포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작년 한 해에만 3637개의 전문건설사가 문을 닫았다”며 “전문건설업계가 ‘죽기 반보(半步) 직전’”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권장하고 있지만 상위 30대 종합건설사의 90% 이상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도급업체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한 400만 명이 사회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합건설사의 의식 변화와 좀 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