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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토니 호프 교수 “노인 환자위한 별도 재원마련해야 고령화시대 ‘무상 의료’ 가능해져”

입력 | 2012-05-11 03:00:00

의료자원 배분 전문 英 토니 호프 교수




최근 국내에서도 이른바 ‘무상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무상의료의 본고장인 영국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일까.

10일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토니 호프 교수(사진)가 내한했다. 11, 12일 국내에서 열리는 한국의료윤리학회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정신과 전문의인 호프 교수는 1994년 옥스퍼드대에 ‘의료윤리지침’을 처음 도입한 의료자원 배분 전문가다. 그를 만나 무상의료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미국보다는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훨씬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60세 이상 노인과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은 진료비 입원비 약값이 모두 무료다. 18∼60세는 우리 돈으로 1만5000원 내외의 약값만 부담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국내 무상의료 찬성론자들이 영국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국 의료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고령사회가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영국에 무상의료제도를 도입한 1947년 당시 남자의 수명을 평균 60세로 짰는데, 지금은 83세가 됐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는 ‘앞으로 시간이 흘러 수명이 늘어도 의료의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은 적게 들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제는 노인 진료비를 젊은 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의 치매환자는 10년 전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 의학적으로 병원치료가 의미가 없어진 환자들도 병원에서 나가려 하지 않는다. 병원을 떠나 요양시설에 들어가면 비용을 환자가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어느 시점까지 환자에게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치료해 줄 것이냐가 논란이 된다. 형평성 문제가 일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에서 무상의료를 실천하려면 노인 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정부가 마련해야 우리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그는 무상의료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직장인의 경우 1인당 연간 평균 88만 원 정도를 보험료로 낸다. 반면 영국은 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2000파운드(약 360만 원)를 보험료로 낸다. 그는 “영국 국민이 보험료를 기꺼이 내지 않는다면 무상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의료시스템에도 부작용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병원 문턱이 낮기 때문에 환자들이 넘쳐나 진료와 수술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 이를테면 폐암 수술을 받으려면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