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진상조사위, 이석기만 표적 조사”비당권파 “잘못 덮으려는 행태 안쓰럽다”
이정희 보좌진, 질문하려는 김선동 의원 제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주도한 ‘진상조사보고서 검증 공청회’가 열렸다. 이정희 공동대표(왼쪽)가 발언을 마치고 내려온 뒤 김선동 의원이 질문하려고 손을 들자 이 대표를 수행하는 보좌진이 제지하고 있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김 의원은 곧바로 손을 내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민주노동당(NL·민족해방계열) 출신 당권파인 이 대표는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비밀투표의 원칙을 침해했고, 조사의 쟁점을 알려주거나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동일 인터넷주소(IP)에서 이뤄진 중복 투표 조사에 대해 “이석기 당선자(비례대표 2번)만 표적조사를 벌였다”고 맹비난했다. 당권파 ‘몸통’으로 불리며 사퇴 압박을 받는 이 당선자를 감싼 것이다.
이 당선자도 전날에 이어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의 전체 득표수 중 60%가 IP 중복 투표였다는 의혹에 대해 “총득표수의 60%가 진행됐다고 하는 괴물 PC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족, 직장동료 등이 같은 PC를 통해 투표한 사례가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출석을 요구한 진상조사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 등 조사위원들은 공청회에 나오지 않았다. 당권파의 여론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이날 공청회는 당권파의 ‘원맨쇼’로 진행됐다.
비당권파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을 가리려는 행태가 안쓰럽다는 것이다. 국민참여당 출신 천호선 공동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청회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보고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무고’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한두 가지 미흡한 점이 있어도 총체적인 부실이 있고 상당한 부정의 증거들이 발견됐다는 건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라며 “특정인을 고소한 게 아닌데 무고라고 말하는 건 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진당은 10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12일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당내 최고 대의기구인 중앙위원회가 열린다. 중앙위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