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우사인 볼트가 9초58의 신기록을 경신하려면 먼저 히스로공항 입국심사대부터 ‘2시간13분’ 이내로 통과해야 할 거라는 조크다. 공항의 수속 지연을 질타한 풍자인데 이날 이 신문에 보도된 후 TV뉴스는 물론이고 의회까지 시끄러워진 핫이슈다. 히스로공항은 영국의 관문이다. 183개 도시(90개국)를 오가는 80개 항공사를 통해 연간 6800만 명이 이용하는 유럽 최대 규모 공항이다. 터미널도 5개(이 중 한 개는 공사 중)고 석 달 후엔 올림픽도 맞는다. 그런데 이 공항에서 연일 소란이 끊이질 않는다. 진원지는 1∼3시간씩 대기하는 입국수속장. 25일엔 치미는 화를 참다못한 스페인 여행자가 수속대로 돌진하자 대테러 요원까지 불러 제지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살펴본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시간 대기는 기본. 이나마도 간단 심사에 이용자도 적고 별도 심사대까지 있어 수속이 신속한 유럽연합 여권 소지자의 경우다. 나머지―비유럽연합국가―는 두세 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어떤 날에는 오후 11시까지도 수백 명씩 대기한단다. 이 경우엔 공항의 대중교통도 끊겨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4월 보름간 목표치(수속 시간 45분)를 달성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유럽연합 심사대는 물론이고 신속통로(Fast Track·비즈니스 이상 석 승객 전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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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런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 내 사정을 듣고 도와준 현지항공사 직원 덕분인데 히스로행 짐표가 붙어 대기 중인 짐을 되찾아 인천행으로 바꿔준 것이다. 수속카운터 직원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게 드러난 셈이다. 히스로공항은 짐 배달 사고로 ‘악명’ 높다. 그래서 경험 많은 영국 출장자들은 갈아타기 전 항공사에 들러 짐 도착 사실을 확인한다. 인천공항에서는 불필요한 수고가 ‘의무’인 히스로의 현실. 여행레저잡지 ‘트래블+레저(Travel+Leisure)’가 선정한 ‘세계 최악의 공항 2010’(12곳)에 랭크된 이유다. 이런 실색할 상황을 겪고 나니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혹시 영국병이 도진 건가?’ 한 영국인의 히스로공항발 트위팅의 글대로 ‘올림픽선수단은 (런던행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지’.
―런던·에든버러(영국)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