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왼쪽)-류현진. 스포츠동아DB
니퍼트·류현진 역투 불구 다른 성적 왜?
둘다 방어율 2점대…수비력·득점 지원서 희비
니퍼트 등판때 무결점 수비에 타선 20점 지원
류현진 등판땐 실책만 5개…득점도 8점 불과
두산 더스틴 니퍼트(31)와 한화 류현진(25)은 ‘에이스’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투수들이다. 니퍼트는 3일까지 5경기에 등판해 35.1이닝 8자책점(8실점), 방어율 2.04를 기록했고, 류현진도 5경기에서 35이닝 8자책점(9실점), 방어율 2.06이라는 빼어난 피칭을 했다. 그러나 시즌 성적은 사뭇 다르다. 니퍼트가 4승1패로 다승 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는 반면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1승2패다. 왜일까.
두 투수의 경기내용은 닮은꼴이지만 투구 스타일이 다르다. 류현진은 올 시즌 탈삼진 45개를 솎아냈다. 경기당 9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니퍼트는 25탈삼진으로 경기당 5개다. 그 대신 니퍼트는 맞혀 잡는 경제적 피칭으로 평균 7이닝씩 소화하고 있다. 이는 수비 차이에서 기인한다. 두산의 수비는 리그 최상급이다. 실책수도 2일까지 7개로 SK(5개)에 이어 2번째로 적다. 한화는 반대다. 보이지 않는 실책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실제 한화 야수들은 류현진의 등판일에 총 5개(4월 7일 2개·13일 1개·5월 2일 2개)의 실책을 범하며 2패를 안겼다. 두산 야수진은 니퍼트의 첫 등판이었던 개막전(4월 7일 잠실 넥센전)에서 한 차례 실책을 저지른 이후 4경기에서 무결점 수비로 지원했다. 상황이 이러니 류현진은 스스로 타자를 잡아내려는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고, 니퍼트는 야수를 믿고 편히 던질 수 있다. 같은 이닝, 같은 투구수를 기록해도 전자가 훨씬 부담이 크고 후유증도 남는다.
○득점 지원의 차이
득점지원도 달랐다. 한화 타자들은 류현진의 5번 등판에서 8점을 뽑아줬다. 35이닝 동안 득점지원율이 2.06점에 불과하다. 두산 타자들은 니퍼트가 등판한 5경기에서 20점(5.09점)을 올렸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점수를 뽑아야 이기는 법. 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주면 내줄수록 투수의 어깨는 가벼워진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는 5회까지 지던 10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지고 있어도 경기를 뒤집을 뒷심이 있다면 투수의 부담이 그만큼 줄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조건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니퍼트는 등판할 때마다 “리그 최상급 수비를 펼치는 야수들을 믿고 던진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잘 던지고 승을 못 따는 불운에 홀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