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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생각나는 분! SNS로 모았다… 셰프를 불렀다… “와, 엄마손 주먹밥”

입력 | 2012-04-25 03:00:00

소셜다이닝 ‘일일집밥’ 박인 대표 창업기




일일집밥에서 지난달 마련한 점심식사 메뉴(작은사진). 주먹밥이 먹음직스럽다. 김선영 셰프(왼쪽)가 음식을 만들었고 박인 씨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정오가 됐다.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늘어놓은 주먹밥은 굳어가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어놓은 된장국에선 온기가 새어나갔다. 한 명, 두 명. 식당으로 쓰이는 카페 안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발길을 되돌려 돌아나갔다.

지난달 초, 영등포의 서울시 청소년지원센터 카페였다. 이날 이곳에는 특별한 점심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값은 1인분에 4000원, 메뉴는 주먹밥. 하지만 ‘4000원짜리 주먹밥’이란 메뉴를 본 사람들은 근처 식당과 분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12시 10분이 지나서야 한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았다.

준비해 둔 테이블이 꽉 찬 건 12시 30분이 지나서였다. 첫 테이블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식사 사진을 올린 뒤였다. “아∼ 김밥천국에서 점심 먹고 있는데!” 탄식의 댓글이 달렸다. 4000원짜리 주먹밥에는 두 종류의 샐러드와 직접 담근 총각김치, 근대된장국과 세 종류의 전이 함께 제공됐다. 웬만한 식당의 한 끼 식사보다 푸짐했다. 뒤늦게 음식의 실체를 알고 찾아온 사람들로 카페가 꽉 찬 뒤에야 드디어 김선영 ‘셰프’가 웃었다.

김 씨는 유명 레스토랑 주방장에게나 어울릴 법한 호칭인 셰프로 불리기엔 경력이 좀 달랐다. 그녀의 전 직업은 기업 구내식당 주방장. ‘구내식당 아줌마’는 이날 셰프가 됐다. 손님이 꽉 차자 김 씨는 테이블로 다가가 “더 드실래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음식을 하는 일, 그녀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일에 몰두했다. 하루하루 맛으로 평가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올해 초 병을 얻었다. 두 번째 허리디스크였다.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이날은 그녀의 복귀무대였다.

이 무대를 만든 사람은 박인 ‘대표’다. 나이는 스물여섯, 회사의 직원은 그녀 혼자다. 그래서 명함에는 대표 대신 ‘행동대장’이라고 적었다. 그녀의 1인 기업 이름은 ‘일일집밥’.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밥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게 이 회사의 존재 이유다.

박 씨의 아버지도 기업가였다. 세계를 돌면서 사업을 했고 박 씨도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인도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부모님 없이 혼자 자취를 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사 먹었다. 늘 엄마가 집에서 해준 밥이 그리웠다.

그래서 창업했다. 많은 기업가에게 그렇듯 그녀에게도 꼭 해결하고 싶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창업이었다. 창업 전 다녔던 전 직장은 딜로이트컨설팅. 남의 회사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생활이 가식적이었다고 했다.

세상에선 수많은 집이 오늘도 세 끼 식사를 요리한다. 그런 집밥을 좀 나눠 먹을 수는 없을까. 또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혼자 식사를 한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수는 없을까. 박 씨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해답이라 생각했다.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이미 외국에선 찾아보기 쉬운 서비스다. 세 식구가 먹기 위해 생선을 세 마리 굽는 대신 다섯 마리를 구워 이웃에게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오브쿡이나 고블 같은 회사가 이미 이런 사업을 시작해 자리를 잡았다.

그럽위드어스 같은 서비스는 원하는 메뉴를 공동 예약해 관심사가 비슷한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하게 하는 서비스다.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 등이 이 회사에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