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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과세 축소” 외치곤 13개 늘린 ‘양치기 정부’

입력 | 2012-04-25 03:00:00


 

《 4·11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복지재원 마련 대책 1순위로 “비과세·감면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도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에도 정부는 조세 형평성과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책효과가 크지 않은 비과세·감면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실상은 비과세·감면이 연장되거나 신설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해도 정부가 서민, 중소기업 지원 등을 이유로 각종 감면책을 연장, 확대,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정건전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 매주 1개씩 ‘감면 사탕’ 내놨다


동아일보가 정부의 ‘2012년 경제정책방향’ 및 기획재정부 장차관의 공식 발언을 종합한 결과, 올 들어서만 총 13개의 비과세·감면 연장 및 확대, 신설 대책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매주 1개씩 세금 감면 혜택을 발표한 셈이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창업 중소기업 세액공제의 감면 기간이 늘어나게 됐고 연구개발(R&D) 세제지원 역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유지 또는 확대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국내 U턴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일몰 연기 △에너지 절약투자시설 세액공제 확대 △기업 구조조정 촉진 세제지원 연장 등도 정해졌다.

아직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다른 감면책 역시 상당수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 경차 및 택시 유류세 환급 등은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혜택 연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제주도 세제 혜택, 중소기업 관련 각종 감면책도 폐지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0년에는 폐지가 예정된 50개 혜택 중 33개가, 지난해에는 42개 중 30개가 살아남았다. 지난해 177개였던 국세 감면 항목은 올 들어 201개로 1년 새 24개 늘었다.

○ ‘정치적 부담’ 탓 혜택 축소 만만찮아


재정부는 매년 세제개편에 나설 때마다 불필요한 세금 혜택을 줄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직접 “비과세·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계기로 20년간 ‘대기업 보조금’ 격으로 지속돼온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없애기도 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감면제도를 막상 들여다보면 없애기 힘든 ‘명분’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일몰이 도래하는 96개 조세특례제도 중 R&D 세제지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민, 근로자, 중소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만들 때 세금 혜택의 실효성이 없는 것들은 걸러지기 때문에 정치권이 주장하듯 터무니없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부담도 크다. 비과세를 통한 세금 감면은 사실상 정부가 주는 ‘보조금 지원’으로 금전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손대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 혜택만 해도 올해 10여 개 제도의 일몰이 도래하지만 자칫 손을 댔다간 “정부가 중소기업을 외면한다”는 정치적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 알뜰주유소 세액감면 확대 등에서 보듯 부처가 각종 산업지원 대책을 만들 때마다 양념처럼 세제지원 방안을 끼워 넣으려는 탓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나 정치권 모두 이렇다 할 복지재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규모가 큰 것부터 지원 효과가 정말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