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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도 대응법’ 따라하는 일본

입력 | 2012-04-24 03:00:00

日 총리보좌관 “센카쿠 열도 우리가 실효지배… 떠들 필요 없다”
“분쟁지역화는 中 돕는 격” 정부, 이시하라 도발에 일침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독도 대응을 연상케 하는 대응 태도를 취하기 시작해 주목된다.

일본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총리보좌관은 22일 후지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가 떠들면 떠들수록 중국은 점점 더 ‘영토를 둘러싸고 분쟁 중’이라고 주장하며 씨름판에 올라오게 된다. 조용하되 확실한 방법으로 (도발) 억지력을 갖추고 실효지배를 굳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무직 고위 관료도 “착실히 (센카쿠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축적해 나가고 있으므로 ‘와와’ 하고 시끄럽게 떠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 핵심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16일 “도쿄도 예산으로 개인 소유의 센카쿠를 사들이겠다”고 말한 데 대한 반론 성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만 해도 이시하라 지사 발언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센카쿠를 매입할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그런 발상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센카쿠 소유자의 진의를 다시 확인하면서 모든 검토를 하겠다”고 말해 국유화 방안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까지 나서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을 용인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국제 분쟁화할 조짐이 보이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일본의 한 외교 전문가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정확히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우익 진영은 발끈했다. 산케이신문은 23일 “문제가 없는 척 지나가는 것이야 말로 사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일본은 청일전쟁이 한창이던 1895년 1월, 각료회의를 열어 “센카쿠 열도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힌 후 이 열도를 오키나와(沖繩) 현에 편입했다.

일본의 조용한 대응 전략은 자신들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지역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서는 국제 분쟁화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북방영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이중적인 전략을 보이는 것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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