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약의 인체내 반응 ‘본드’로 확인?… 서울대 박승범교수팀 쾌거

입력 | 2012-04-20 03:00:00

기존 갈고리법 단점 극복
화학권위지 표지논문 선정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두통약을 먹는 이유는 해열 및 진통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이 몸속에서 어떤 물질과 만나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직까지 약물의 작용기전을 완전히 알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약물의 작용기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부작용도 미리 찾아내 방지할 수 있다.

서울대 화학부 박승범 교수(사진)팀은 약물의 작용기전을 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재는 약물 같은 생리활성 물질과 반응하는 몸속의 물질(표적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생리활성물질에 갈고리 형태의 화학물질을 단다. 이 갈고리 끝에 표적물질을 유인하는 ‘미끼’를 달면 달라붙는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갈고리는 생리활성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세포 내의 반응을 보려면 세포를 분해해야만 한다. 그러나 세포를 분해하면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안게반테 케미’ 최신호 표지.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갈고리 대신 빛을 받으면 주변 물질들을 단단하게 결합시켜 일종의 ‘본드’ 역할을 하는 광반응성물질을 사용했다. 광반응성물질을 붙이면 생리활성 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정확하게 결합한 생리활성물질은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한눈에 표적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연구진은 항암효과를 보이는 생리활성물질의 표적단백질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신약 후보물질이 생체 내에서 작용하는 기전을 밝힘으로써 신약 개발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법을 이용해 다양하고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낼 것”이라고 연구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