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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업銀, 시중은행 첫 다문화인력 공채

입력 | 2012-03-26 03:00:00

결혼이주민 두자릿수 30일까지 모집
은행권 채용, 고졸 이어 다문화 바람




IBK기업은행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지난해 ‘고졸 채용’이 확산됐던 은행권에 올해는 ‘다문화 채용 바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은 홈페이지에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채용 공고를 내고 이달 30일까지 원서를 받고 있다. 지역은행인 경남은행이 지난해와 올해 초 결혼이주여성을 소규모로 뽑은 적은 있지만 전국을 영업망으로 하는 대형 시중은행이 다문화가정 출신을 채용하는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두 자릿수대의 다문화가정 인력을 공개 채용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가 증가하고 이들의 은행 이용이 늘면서 영업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중국인은 중국어를 전공한 행원이 많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지만 베트남어나 네팔어 등은 전공자가 거의 없어 해당국 출신 고객들과는 의사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은행들은 지점별로 해당 언어소통이 가능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자원봉사자를 쓰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외국인들도 불편을 겪다보니 국내 은행을 송금 장소로만 여길 때가 많았다.

기업은행은 은행 특성상 대규모 공단 인근에 지점을 다수 배치해 외국인 고객이 많은 편이므로 결혼이주민을 정식 채용해 다문화시스템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결혼이주민 채용계획과 관련해 “외국인 고객의 편의를 증대하는 한편 영업력과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자체 조사결과,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출신 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문화인력은 외국인이 해외로 송금할 때 통역을 하거나 신청서 작성을 보조하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된다. 외국인을 상대로 체크카드를 발급하거나 적금, 보험 등 금융상품을 안내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마케팅지원 업무도 맡는다. 근무지는 △서울 영등포구, 용산구 이태원 △경기 군포, 안산, 시흥, 화성 △인천 △대구 △충남 천안 △전남 영암(대불공단) 등 전국 13개 지점 중 두 곳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기업은행의 이번 공채로 은행권에서도 ‘다문화 바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 우대 방침을 밝혔고,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초 다문화가정 자녀 장학사업 등을 위해 200억 원 규모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출범시켰다. 특히 우리은행은 평일에 바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서울 중구 광희동 등 5개 외국인 근로자 특화지점의 경우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하나 키드 오브 아시아’ 프로그램 등 다문화가정 교육사업에 앞장서고 있고 KB금융그룹은 KB한글배움터 10곳을 만들어 200명의 다문화가정 아동을 돌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