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아들 잃고… 200명 아이 얻었다
《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할 당시엔 ‘오트볼타’로 불렸으나 1984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쓰고 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에 둘러싸인 내륙 국가로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약 136만 원)가 조금 넘는 빈국이다. 수도 와가두구 서쪽 370km에 있는 보보디울라소에 사는 살리아(17) 바카리 군(14), 알리자타 양(12) 3남매는 매일 오후 엄마 아귀타 씨(41)와 함께 에콜 라조아 초등학교 옆에 있는 서혜경 씨(49·기아대책 봉사단원)의 사택에 온다. 지난달 14일 이곳을 찾았을 때 3남매는 하얀 이를 드러내 웃으며 “마담 킴” 하며 들어서는 중이었다. 서 씨는 현지에서 남편 김성표 씨(48)의 성을 딴 ‘마담 킴’으로 불린다. 》
장애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살리아, 알리자타, 바카리 3남매(왼쪽부터)와 부르키나파소 현지에서 ‘마담 킴’으로 불리는 기아대책 봉사단원 서혜경 씨. 키 작은 책상은 알리자타가 쓰는 것이다. 3남매는 최근 마담 킴의 집으로 아예 이사를 왔다. 기아대책 제공
학교 근처에 사는 이들이 매일 마담 킴의 집을 찾는 이유는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상처 소독이라도 하고 약을 바르기 위한 것이다. 알리자타의 상처는 피부 안쪽의 깊은 속살까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하다. 아이들은 치료 중에도 익숙한 듯 얼굴도 찌푸리지 않은 채 웃기만 했다.
“한 주 전에 알리자타가 40도가 넘는 열이 떨어지지 않는 말라리아 증세를 보였어요.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는 줄 알았어요.”(마담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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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아의 옆에는 언제나 축구공이 놓여 있다.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축구공을 튕기거나 던지는 게 전부다. 그래도 그는 “언젠가 걷고 싶다” “축구공을 하늘 높이 차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어를 좋아하는 바카리는 밥을 먹을 때 형님 먼저를 고집하는 의리파다.
마담 킴이 정성스럽게 상처를 소독하는 것을 바라보는 아귀타 씨의 얼굴은 무표정해 보였다. 엄마는 아이들이 아픈 표정을 지으면 그냥 “사바 알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지어인 줄라어로 “괜찮을 거야”라는 뜻이다. 현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이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담 킴은 엄마의 무표정 아래 겹겹이 쌓여 있는 응어리와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996년 4월 그는 부르키나파소에 왔다. 남편의 일로 찾은 낯선 땅이었다. 어릴 때 간호사와 자선사업가가 꿈이었던 그는 차츰 현지 생활에 적응하면서 큰아들 형준 씨의 친구들을 돕기 시작했다.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해 툭하면 옷이나 신발을 벗어주던 착한 아들이었다.
2007년 5월 5일, 마담 킴은 기아대책이 실시하는 어린이개발프로그램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때 현지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카메룬에서 비행기가 이륙 중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날 오후 방송에서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가 탑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114명 전원이 사망했다. 아들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출국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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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2월 카메룬에서 열린 아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해 11월 교회를 세웠고, 2008년에는 보육원보다 학교가 더 급하다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학교를 열었다. 항공사의 보상금 3000만 원은 학교 건립에 쓰였다.
마담 킴의 학교에는 현재 4개 학년에 20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교육의 질이 높고 다른 학교와 달리 점심 급식을 하고 있어 누구나 오고 싶어 한다.
2010년 5월 보보디울라소에는 쿠데타로 24시간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떠날 수 없었다. 학교에서 15km 떨어진 곳엔 아들 형준 씨의 묘가 있다. 2006년 75세로 세상을 뜬 마담 킴의 어머니도 그 옆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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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디울라소=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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