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측근 출금-정직… ‘좌파 숙청’ 칼바람당국 “터무니 없는 소문” 일축
20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대표적 좌파 논객인 쿵칭둥(孔慶東) 베이징대 교수의 인터넷TV 프로그램이 19일부터 중단됐다. 쿵 교수는 마오이즘(마오쩌둥 이념) 신봉자로 ‘제1영상망’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쿵칭둥이 할 말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는 지난주 방송에서 보 전 서기 해임에 대해 ‘반혁명 정변’이라고 비난했다. 쿵 교수는 19일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라고 밍보는 전했다.
좌파 이념의 산실 역할을 했던 좌파 사이트 우유즈샹(烏有之鄕)은 충칭 관련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우유즈샹은 15일 보 전 서기 해임 발표 직후 폐쇄된 뒤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이트에 있는 ‘충칭경험’이라는 제목의 코너는 이름만 있을 뿐 콘텐츠가 모두 사라졌다. 충칭경험은 보 전 서기의 행적과 ‘충칭 모델’의 사상적 기초 등을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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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충칭 시 상무위원인 쉬밍(徐鳴)이 이미 정직을 당했으며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정부가 보 전 서기 측근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날 화상회의에서 보 전 서기의 측근 중 한 명이던 황치판(黃奇帆) 시장은 “어떠한 분란도 생기지 않도록 해 중앙(베이징의 지도부)을 안심시키고 시민들을 만족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당 지도부의 결정과 뜻에 충실히 따를 것임을 공개 선언한 셈이다. 앞서 17일 류광레이(劉光磊) 충칭 시 정법위원회 서기도 “우리의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버릴 것은 단호하게 버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보 전 서기가 부인의 수뢰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 전 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출석한 뒤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쌍규(雙規)’ 처분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쌍규는 당원의 죄가 엄중할 경우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보 전 서기 해임 사태로 중국 정계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뉴욕에 있는 파룬궁 계열의 언론사인 대기원시보가 20일 인터넷에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충돌해 베이징 시내에 정규군 병력이 진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띄워 한때 ‘중국 내란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군대가 진주했다는 소문이 돈 중난하이(中南海·고관 거주지), 베이징의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창안제(長安街), 공항 등 외곽으로 통하는 길목을 체크했으나 평소와 다른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공안 소식통들은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