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6500원案서 물러서… 레미콘 가격 조정만 남아시멘트업계, 구조조정보다 가격협상 반복 가능성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조합 이사장은 “5일 밤 레미콘 업계가 이 같은 시멘트 가격인상안을 최종 수용했다”며 “시멘트 가격이 확정됐으니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인상분 등을 반영한 레미콘 가격을 조정하는 단계만 남았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갈등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을 과점(寡占)하고 있는 7개 회사가 만성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다 이번처럼 가격협상으로 손실을 일부 만회하려는 사이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수요자인 건설업계가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건설회사 외에도 판매처가 많아 정상적인 가격협상이 가능하지만 시멘트 회사들은 건설업계가 유일한 판로이기 때문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택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물량이 줄면서 시멘트 소비량 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다. 2000년대 초반 연간 약 6000만 t에 이르던 소비량이 지난해에는 4465만 t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멘트를 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업체들 역시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이익이 줄자 시멘트 가격인상에 조업 중단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조경진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포화되면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수익성을 회복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멘트 업계는 달랐다”며 “2006년 라파즈한라가 가격인하 경쟁에 들어갔지만 7개 회사가 모두 살아남아 다 함께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시멘트는 제품 특성상 수출도 쉽지 않다. 제품이 무거워 물류비용이 워낙 큰 데다 수입 업체로서도 건조시설을 갖춘 대형 저장시설을 보유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멘트 업계가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멘트 산업은 장치산업인 만큼 철수하면 시설투자비 손실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는 게 시멘트 회사들의 주장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