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횡령혐의 첫 공판 “오해 풀고싶다” 혐의는 부인구속 수감중 동생 최재원 사내 이사직 2개 사퇴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오전 1심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펀드 출자금 명목 등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49) 등 4명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2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가량 진행했다.
최 회장은 재판이 끝나기 직전 진행된 피고인 모두발언에서 “제가 왜 이런 오해를 받을까 하는 데 대해 속으로 자괴감을 느낀다. 어쨌든 저의 경영상 관리소홀로 벌어진 일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 성실히 임해 오해를 풀고 싶다”며 혐의를 완곡하게 부인했다. 최 회장이 법정에 선 것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200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최 회장의 태도 변화는 법원이 같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0)에게 2월 21일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이어 이 회장의 80대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84)를 법정 구속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사법부가 최근 들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움직임을 보이자 최 회장이 태도를 바꾸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 수석부회장은 이날 ㈜SK와 SK텔레콤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은 “최 수석부회장 본인이 구속 수감돼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최재원 수석 부회장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