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임청각(臨淸閣)은 안동에 있다. 초대 임시정부의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1858∼1932)의 집이다. 임청각의 주인들은 벼슬하기보다는 학문에 힘썼던 사람들이다. 벼슬한 이는 500년 동안 한 사람뿐이지만 이들은 대대로 영남 유림의 학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고, 그 때문에 안동에서 임청각은 학문하는 집안의 집으로 명성이 높았다. 토착 양반들로 구성된 자치기구로 향리의 악폐를 막고 지방의 풍기를 단속하던 유향좌수와 도산서원의 원장 격인 도산서원 전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집이 바로 임청각이다.
지금 임청각은 1942년에 개통된 집 앞을 지나가는 철도 때문에 50채나 되는 행랑채를 잃어버렸지만 남은 규모만으로도 가장 규모가 큰 반가다. 집의 구조도 독특해서 다른 집에서는 볼 수 없는 가구식 구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경사지에 배치한 탓에 행랑채와 안채를 연결하는 마당이 비좁고 폐쇄적이며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누정인 군자정이 횡으로 펼쳐져 그 웅장한 규모가 더 강조되어 보인다. 서까래도 위 서까래와 아래 서까래가 주먹장이음으로 결구(結構)되어, 엇갈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 전하는 얘기로는 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대문이 낙동강가에 닿아 있었고, 대문을 2층 누각으로 지어 거기서 낙동강에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집이었고 어마어마한 권세를 누리던 가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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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호 시인·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