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못 믿어 돈은 침대 밑에… “2차 구제금융 받아도 그리스 장래 불투명” “진짜 빈곤은 시작도 안해” 귀농자 2년 새 4만 여명
뉴욕타임스는 14일 ‘지금 그리스인들이 사는 법’이란 기사에서 국가부도 위기가 그리스 국민들의 일상에 가져온 변화를 자세히 조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그리스의 자살률은 2010년 상반기에 비해 40% 늘었다. 전체 기업의 4분의 1이 2009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됐고 20∼24세 젊은이 절반이 실업 상태에 놓였다. 실직 상태인 한 여성은 최근 아테네 한복판에서 “아이가 아프지만 병원비를 낼 수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가난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됐다”고 소리치며 자살 소동을 벌였다. 한 여성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테네 시내에선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야외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가 ‘커피에 딸려 나오는 비스킷을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바뀐 경제 상황은 그리스인의 생활 흐름도 바꿨다. 나치의 지배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쓴 책 ‘기아 대처법’이 불티나게 팔리고,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이민과 해외 취업에 나섰다. 한 은행원은 “은행을 믿지 못한 시민들이 돈을 인출해 침대 매트리스에 숨기거나 앞마당에 묻고 있다”고 전했다. 에브모르피디스 씨는 “고속도로 통행료 3달러를 안 내고 무단 통과하기도 하고, 오른 전기 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아예 전선을 끊는 가정도 있다”고 했다.
살길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행렬도 늘고 있다. 농업협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년간 3만8000여 명이 귀농했다. 야생 허브를 이용해 차를 만들고, 포도밭에 양조장을 세워 와인을 생산하고, 마을 단위 올리브 오일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스인들이 점치는 미래는 어둡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이 바닥나는 연말엔 진짜 빈곤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아테네대 야니스 바로우파키스 경제학 교수도 “구제금융도 진정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