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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아이들 입맛 잡을 밥맛 찾아라”

입력 | 2012-02-10 03:00:00

■ 서울 금천구, 관내 급식용 쌀 ‘블라인드 테스트’




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구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친환경 쌀 선정 품평회’에서 참가자들이 7개 지역의 쌀을 평가하기 위해 밥맛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금천구 제공

와인 열풍이 국내에 불기 시작한 이후 ‘블라인드 테스트’도 유행을 탔다. 말 그대로 눈을 가린 채 와인을 마신 뒤 평가하는 것. 이 방법은 상표가 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와인 자체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와인뿐만 아니라 막걸리 소주 등 주류 제품 외에 최근에는 화장품을 평가할 때에도 사용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이색적인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렸다.

○ 내 아이 먹을 쌀 고르기


3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구청 구내식당에 모인 200여 명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저마다 식판 위에 듬성듬성 퍼 놓은 밥을 맛보고 있었다. 김치 같은 반찬 하나 없이 식판에 퍼온 밥알을 한 톨 한 톨 씹어가며 의견을 나눴다. 주부 이미영 씨(46)는 “물기와 찰기, 그리고 빛깔을 꼼꼼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입맛이 제일 정확해 밥이 맛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한 200여 명은 이날 금천구가 개최한 ‘친환경 쌀 선정 품평회’에 참가한 평가단이다. 관내 학교 급식에 쓸 쌀을 선정하기 위해 쌀 블라인드 테스트를 연 것.

이날 품평회에는 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지자체와 광역 시도에서 추천한 7개 지역(전남 고흥군, 전북 남원·군산시, 경북 영주시, 경남 거창군, 충북 진천군, 충남 논산시)이 참가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앞서 7개 지자체는 1차 설명회를 열고 저마다 자신들의 친환경 농법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우렁이를 이용해 잡초를 제거했다는 지역부터 저온숙성저장법을 썼다는 내용을 앞세워가며 평가단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1차 설명회 1위는 군산시가 차지했다. 이날 품평회는 1차 설명회 투표 결과와 2차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합산해 발표하기에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007작전 방불케 한 품평회


구는 평가단이 어느 지역에서 만든 쌀인지 알 수 없도록 밥솥에 번호표만 붙여둔 뒤 맛을 보고 투표하도록 했다. 쌀을 씻고 밥을 안칠 때까지는 각 지자체에서 온 대표들이 입회한 후 밥솥을 섞어 번호를 붙였다. 구내식당의 밥솥을 이용해 동일한 조건으로 조리했다. 기자도 직접 밥을 먹어봤다. 건조한 맛, 가벼운 맛, 차진 맛. 저마다 조금씩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평가단의 식판 위에 놓인 밥이 점점 줄며 투표용지가 쌓여가자 지자체 관계자들은 개표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구 관계자가 2차 득표수를 발표하자 저마다 1차 득표수와 합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영광의 종합 1위는 1차 평가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군산시(111표)의 몫이었다. 2위는 고흥군(86표), 3위는 1차에서 14표를 얻는 데 그치며 6위를 기록했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논산시(56표)가 차지했고 4위는 남원시(53표)였다. 구는 상위 4개 지역과 2년간 계약을 맺고 총 400t의 친환경 쌀을 관내 초중고교 34곳 중 지원을 신청한 곳에 공급하기로 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품평회를 열어 3곳과 1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올해는 계약기간을 늘려 농촌에서는 안정적 판매가 가능해졌고 학교에서는 더 좋은 친환경 쌀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농가와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품평회를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장하혜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