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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 뼈에서 추출 유전자 분석했더니…

입력 | 2012-02-08 03:00:00

서울대 교수팀, 100년전 외국반출 뼛조각 분석… ‘한반도 서식 재개’ 청신호




백두산 호랑이(좌) 아무르 호랑이(우) 유전자 똑같은 한핏줄

1980년대 후반까지 한반도에 살다가 이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호랑이(백두산호랑이)가 극동러시아에 사는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와 한 핏줄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 교수팀은 100여 년 전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호랑이의 뼛조각을 찾아 유전자 분석한 결과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100% 일치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한국호랑이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호랑이의 흔적을 찾았다. 그 결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과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에서 한국호랑이의 뼈 표본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박물관은 멸종위기종의 뼈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연구진은 새끼손톱 반 크기의 잘게 부서진 뼛조각 샘플을 얻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이 뼛조각으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했다.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핵에 있는 DNA 유전자와 달리 진화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많고 진화속도가 빨라 민족이나 종을 구분하고 혈통을 추적할 때 많이 사용된다. 미국과 일본에서 가져온 유전자와 현존하는 6종의 호랑이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한국호랑이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아무르호랑이 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 교수는 “아무르호랑이와 한국호랑이가 하나의 혈통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중요한 의미”라며 “현재 극동러시아 연해주 야생 서식지에 살고 있는 약 400마리의 아무르호랑이가 남의 것이 아닌 바로 우리 호랑이라는 것”이라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전성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러시아-중국-북한을 잇는 생태통로를 만들면 아무르호랑이는 서식영역을 확장해 백두산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며 “이는 한반도에 다시 한국호랑이가 살게 된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극동러시아에 사는 아무르호랑이의 미래도 밝지는 않다는 것. 현재 4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발로 인한 삼림 파괴와 서식지 감소, 밀렵, 산불로 그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호랑이와 같은 혈통인 극동러시아의 아무르호랑이 개체군 보존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