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위기속 수익률 2%’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세계 4대 연기금으로 ‘글로벌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전광우 이사장(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충무로 국민연금 빌딩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7조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서 전체 기금 규모가 350조 원이 됐다.
전 이사장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12%의 높은 수익률을 거둬, 코스피가 11%가량 하락한 지난해에도 전체적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HSBC 본사 건물 인수와 미국의 가스 파이프라인 투자와 같은 대체 투자수익이 주식 투자의 손실을 만회한 것. 국민연금 접견실 한쪽에는 ‘효자 투자처’인 HSBC 본사 건물 유리 모형과 미국 송유관 회사인 ‘컬로니얼 파이프라인’의 가스관과 미국 지도를 겹쳐 만든 유리 모형이 놓여 있었다.
유럽 재정위기로 등장하고 있는 인수합병(M&A) 매물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과 함께 ‘매칭펀드’를 만들어 해외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포스코 SK 등 11개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GS건설과 동원은 구체적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귀띔했다.
다만 새로 출범하는 헤지펀드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잘 활용하면 일정 수익률 이상의 투자이익을 낼 수 있어 유용한 투자대상이지만 자칫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헤지펀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을지 시점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가능성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 이사장은 주식을 운용할 때의 애로사항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운용 측면에서 투자 지분이 10%를 넘을 경우 한 주라도 더 사면 5일 이내 공시를 해야 하는 ‘10% 룰’은 상당히 부담이 된다”며 “금융당국과 10% 룰 완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빨리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전 이사장은 현재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등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해당 기업에서 사외이사 파견 요청이 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